정월대보름달.1/문경아제 부잣집맏며느리얼굴 같은 둥근 달이 둥실 동산 위에 떠올랐다 환하다 모든 근심걱정 떨쳐버린 달님의 얼굴은 성자聖者의 얼굴처럼 환하다 달님 정월대보름달님 당신의 환한 얼굴 넉넉한 가슴 제게도 좀 나눠 주시구려. 시 2018.03.03
경비원/문경아제 새벽길 더듬어가며 출근할때마다 하늘을 우러러 염원을 했다 눈감고 아옹하는 엉터리 같은 휴식시간 늘어나도 좋고 뒤로 넘어져 코깨져도 좋으니 서푼짜릴 망정 자존심에 금가는 일일랑 없게 해달라고 하늘을 우러러 염원했다 그런데 터져버렸다 부글부글 끓던 용암덩어리가 펑하며 터.. 시 2018.03.03
사십/윤동재 야간 대학 국문과 1학년 고전 문학의 이해 시간 국문과 신입생 가운데 올해 나이 딱 사십인 중학교 3학년 딸까지 둔 주부 학생 이숙자 씨가 떡 버티고 있다는 것도 모르고 시간 강사만 십 년째라는 박 아무개 시간 강사가 여자 나이 사십이면 장승도 돌아보지 않는다고 하는 옛말이 있다고.. 시 2018.02.26
한밤의 기도/문경아제 어렴풋이 잠결에 들었습니다 "푸우!" 집사람이 몰아쉬는 숨소리를 집사람은 심장이 약합니다 집사람이 고통스러워 하는것은 차마 못보겠습니다 차라리 제가 대신 앓으면 안될까요? 할수만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 저는 그사람 남편이니까요 시 2018.02.24
노송의 넋두리/김명신 내는요 소낭구야요 있잖소 "옳지 옳지" 한 발짝 더 와보소 "에헤이~ 거시기. 허이. 헉거참" 좋소 뭐 젊은 낭구야 기름이 좔좔 흐르니 물 안줘도 빤질거리지 만서도 뜻뜻하니 기래도 고맙소 늙은이한테 물까지 주고 있잖소 거 쪼매 앉아보소 어제는 메추라기 식구네 와서 방방 뛰놀다 내 마.. 시 2018.02.15
그대는 이땅의 가수입니다/문경아제 언땅이 녹아내리던 그날 그대는 무대에 섰습니다 이선희의 노래, '제이에게' 를 부르던 그대의 모습은 그 옛날, 떠거머리 총각이었던 내가 바라만봐도 가슴이 두근두근 할만큼 예뻤던, 앞집 순이같았습니다 제이는 누구일까요? 그대와 내가 아니, 우리 모두가 함께 사랑해야 할 만인이 연.. 시 2018.02.15
기다리자/문경아제 우리 집 담장아래 매실나무 가지에 붙어있는 꽃눈들이 속살거리는 소릴, 들었다 이가지 저가지에서 소근대는 소리는 한결같았다 "나가면 아직은 춥겠지" "그럼, 춥고 말고지 새벽엔 얼어죽을 걸!" 조금만 기다려라 설쇠고 한달쯤 지난뒤 우리, 손에 손잡고 창문열고 밖으로 뛰쳐나가 동그.. 시 2018.02.14
황혼의 블루스/문경아제 "아이구 팔이야!" 아내의 넋두리 주방에서 들려오면 안방에서 메아리되어 되돌아 가는 소리 "아이고 허리야아아아" "하루를 살다 죽더라도 안 아프고 살면 오죽이나 좋겠노." 아내의 볼멘소리에, "그것도 다 그대, 팔자라오!" 지휘하던 세월이 지휘봉 내려놓고 빙그레 웃으며 한마디 거든.. 시 2018.02.09
입춘추위/문경아제 봄은 공空으로 오지 않는다 입춘날인 엊그제도 어제도 칼바람이 불었다 오늘은 한낮에도 영하6도를 기록했다 해마다 늘 푸대접만 받았던 게 원통하고 억울했을까 저 만큼 달아난 대한大寒이 분통을 터뜨리며 되돌아서서 맹위猛威를 떨쳐댔다 연분홍빛 어머니 치맛폭 같은 봄은 공으론 .. 시 2018.02.07
너 한 잔 나 한 잔/문경아제 세상모르게 잤다 새벽에 일어나 오줌 한 번 누지 않고 호랑이가 업어가도 모를 만큼 곤하게 잤다 그렇게 잘 잤으면 몸이 개운해야할텐 데, 허리도 뒤틀리고 어깨도 뻐근하고 엉치도 쿡쿡쑤신다 집사람 잔소리엔 쇠푼이 약이고 막둥이 손녀딸 떼쓸 땐 달달한 치킨이 약이고 내몸이 욱신거.. 시 2018.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