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懷疑)/문경아제 출근길은 차디차기만 한데 여명黎明을 밀어내고 다가오는 동녁하늘은 그리움이다 콧물이 흘러내린다 흘러내리는 콧물이 입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아가가 투루미 하듯 "투루루!" 입을 분다 콧물은 발길을 돌려 마스크안으로 스며든다 시가 변질되고 시인의 가슴엔 비 한방울 내리지 않는.. 시 2018.02.02
출근길6/문경아제 밤과 낮이 바뀌는 여명黎明의 길 새벽길을 자전거가 달린다 눈이 시려 반쯤은 감고 달린다 가슴이 가리키는데로 핸들을 돌린다 동녁 하늘에 빨간 불덩이 부글부글 끓어오를 때를 기다리며 자전거가 달린다 시 2018.01.31
산다는 건/문경아제 별과의 숨박꼭질이다 내 나이 일흔하나 철들고부터 하기시작한 숨박꼭질을 40년 넘게 하고있다 잡으려면 달아나고 잡으려면 또 달아나는 밤하늘의 저 별들 오늘밤엔 파란별 하나 잡으려나. 시 2018.01.30
이심전심/이일동 순흥 송학산 아래 처 조모님 산소에 벌초하면서 우리 얘들 밝고 맑고 건강하게나 해 주소 하니 묘 안에서 그래 알았네 하신다 하늘이 보증이라도 서듯이 갑자기 파래졌다 시 2018.01.29
겨울戀歌.1/문경아제 파란 창살을 뚫고 햇살이 쳐들어 온다 핏기 잃어버린 겨울이 불쌍해서 가슴이 짠해진다 나락으로 내몰린 겨울의 울음소리가 가슴을 쥐어짠다 "꺼이꺼이!" 목놓아 울어대는 바람빠져버린 저전거 타이어같은 저만큼 물러가는 늙은 겨울의 울음소릴 들으며 우리는 봄 여름이 가고 가을 뒤.. 시 2018.01.22
술/문경아제 난 술을 좋아했다. 좋아했다기 보다는 사랑했다. 4, 5십대 장년시절엔 하루같이 술에 취해 있었다. 그런 나를 딸아이는 무척 싫어했다. 의사로부터 금주령을 받은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사랑했던 술이 나를 배신했다. 도움은 커녕 '간기능 저하' 라는 독을 주고 돌아 섰다. 돌.. 시 2018.01.22
목마와 숙녀/박인환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 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거져 방울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난다 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 상심한 별은 내 가슴에 가볍게 부서진다 그러한 잠시 내가 알던 소녀는 정원의 초목 옆에서.. 시 2018.01.22
동행(同行).1/문경아제 하루 일을 끝낸 노부부가 서산마루 걸린 해님 배웅하고 손수레 끌고 집으로 간다 영감님은 앞에서 끌고 할머닌 뒤에서 밀고 들판 가 밭둑아래 좁다란 길을 타달타달 거리며 손수레가 간다 빙그레 웃으며 쫒아오는 세월, 아무리 보아도 아름다운지 은근 슬쩍 다가와 할머니 등 밀며 따.. 시 2018.01.16
어떤 이별/이분남 내사 이제 마음이 편안하니더 저거 엄마가 데려갔으니 새 아버지도 생기고 형들도 생겼으니 그기서 정 붙이고 살면 되제 그러게요 정말 잘 되었네요 눈치 빠르고 영리해서 잘 지낼거예요 그동안 핏덩이 손자 카우시느라 고생하셨네요 이제 두 다리 쭉 펴고 주무세요 그래야제, 이제 내 .. 시 2018.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