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야기 251

아이들/문경아제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별에 별 녀석이 있습니다. 우리 집 막둥이는 어릴 적 아명(兒名)이 곰돌이었습니다. 꽃동산 뒷동네에 살 때 곰돌이는 못 말리는 개구쟁이였습니다. "퐁당퐁당!" 하는 소리가 듣기 좋았는지 곰돌인 숟가락이고 뭐고 손에 잡히는 데로 하수도 구멍으로 집어넣었습니다. 녀석은 앞집에 사는 또래 동무인 경진이와 함께 꽃동산 로터리 앞에 나가 춤추기 일쑤였습니다. "곰돌이캉 경진이캉 꽃동산 로터리에 앞에서 춤추고 있니대이. 끄잡고 올라해도 날다람쥐 맨치로 얼마나 약빠른지 당최 잡을 수가 있어야지." 골목 맞은편에 살고 계시는 할머니가 그렇게 일러준 게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어느 해 여름이었습니다. 한정 다리 밑에 이웃들과 함께 소풍가서였습니다. 잘 놀고 있는 영일이를 우리 집 막내 곰돌이가 집..

일상이야기 2020.12.11

하늘/문경아제

파란 하늘 아래 서있는 전신주에 수많은 줄들이 엉켜있습니다. 유선 줄 같아 보입니다. 전신주에 트랜스가 당당하게 앉아있습니다. 자존심이 무척이나 강한 것 같습니다. 여름 하늘의 풍류객 하얀 뭉게구름 님이 어디로 가실까요? 동서남북 당신 맘 내키시는 데로 가시겠지요. 엊그제 아침 아홉 시 반쯤 코 꼴만 한 우리 집 마당에서 올려다본 영주의 하늘입니다. '코 꼴만 하다'는 '아주 조그마하다'를 뜻하는 경상도 문경 지방 사투리입니다. 영주에서 45년째를 살아가고 있지만 고향 사투리는 버리지 못합니다. 입에 배였거던요. 올해 여름은 오십여 일이나 지속된 장맛비 속에 엄벙덤벙 지나간 것 같습니다. 그래서였는지 그리 더위도 못 느꼈지요. 지루한 장마 끝에 맑고 밝은 햇살을 만나니 무척 반갑습니다. 송대관의 노래, ..

일상이야기 2020.08.15

우리 집 서열/문경아제

1위는 시집간 딸내미다. 시집가고 나서도 순위엔 변동이 없다. 2위는 집사람이다. 목 쭈욱 빼고 "깩깩!" 소리를 질러 되거나 생억지 쓰는 덕분에 꿰찬 서열이다. 3위는 나다. 조선시대 같으면 어림없는 일이다. 호주제도, 가부장적 제도도 무너진지도 이미 오래다. 그러한 형편이니 아무리 가장일지라도 서열이 밀릴 수밖에 없다. 위는 평상시의 서열이고 내우외환(內憂外患)의 변고라도 생기면 순위는 반대로 뒤바뀐다. 집사람이 위경련이 일어났다든가, 하수구가 막혀 여를장대비가 쏟아질 때 빗물이 빠지지 않을라치면 딸아이나 집사람은 하나같이 내등을 떠민다.

일상이야기 2020.05.13

부부싸움/문경아제

싸웠다. 한판 제대로 붙었다. 오늘 아침이었다. 식탁에 앉았다. 어제 낮에 떡방앗간에서 해온 쑥떡 절편이 아침밥으로 올라왔다. 먹기 거북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프라이팬에 좀 데워서 올렸으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말없이 먹었다. 근데 함께 나온 우유도 싸늘했다. 아침이다. 노인네가 마시는 물은 따뜻해야 몸에 부담이 없다고 한다. 봄이라지만 아침은 서늘했다. 따뜻한 우유를 마시고 싶었다. 집사람에게 말했다. 전자렌지에 좀 데워달라고. 남편이 아내에게 할 수 있는 얘기였다. 그런데 집사람은 "깨액!" 소릴 질러댔다. 못 마실 정도로 차가운 것도 아닌데 사람 귀찮게 한다고. 그래서 제대로 한판 붙어버렸다. 우리부부는 예나 지금이나 잘 싸운다. 나는 내가 잘못해서 벌어진 싸움은 반드시 집사람에게 ..

일상이야기 2020.05.10

세상사는 이야기/문경아제

2015년 5월, 블로그를 만들고 글 몇 줄을 올렸을 때 친구 하자며 찾아온 블로거가 강촌과 해와 달님, 풍경소리님이었다. 그리고 5년이 훌쩍 넘어섰다. 동갑내기 블친 강촌은 그때나 지금이나 경기도 양평에 살고, 해와달님은 우리 집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봉현면 노좌에 살고 있다. 객지살이하다 귀촌했다는 풍경소리님은 땅끝마을 전라도 해남에서 살아간다. 봉현면 노좌리와 유전리에 과수원이 있다는 해와 달님과는 요즘들어 이따금 전화통화를 한다. 해와 달님이 운영하는 밴드에 초대되었기 때문이었다. 요즘은 사과꽃 속아내느라고 바쁘다고 한다. 사과농사 대박나거라. 올해도 내년에도 또 저 저 내년에도, 에플뜰에 평화를 빈다.

일상이야기 2020.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