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제법 잘하는 네 살배기 손녀딸을 둘러업은 경상도 할배가 히죽히죽 웃으며 골목길을 휘적휘적 걸어갑니다. 등에 업힌 손녀딸에게 할부지가 물어봅니다.
"우리 상큼이는 세상에서 누가 젤 좋노?"
"엄마"
"그라고"
"아빠"
"그 담엔"
"애기"
할부지 얼굴이 붉으락 푸르락해집니다.
"할배는 안 좋노!"
"할부지도 쪼매 좋아."
"에라, 요 여시 같은놈 어디 한 번 당해봐라!"
할부지 걸음걸이가 술취한 택시처럼 이리 비틀 저리 비틀거립니다. 조그만 손녀딸 엉덩이를 받히고 있는 두 팔에 느슨하게 힘을 빼봅니다.
저런, 대답 한 번 잘못했다가 손녀딸 땅에 떨어져 엉덩이 깨어지게 되었네요.
손녀딸은 떨어지지 않으려고 작달막한 두 팔을 돌려 고사리 같은 손으로 할부지 옷깃을 꼭 붙들고 늘어집지다. 떨어지면 어쩌죠.
저쯤에 있는 어린이놀이터가 앞으로 성큼 다가옵니다. 햇살이 참 곱고 맑은 점심 나절이네요. 모두모두 홧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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