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비둘기/문경아제 조금전에 비한줄금 내렸다. 억수같이 퍼부어대는 소나기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여우비도 아니었다. 한참을 후두둑 떨어지다 그친 밋밋한 비였다. 비그친 하늘이 희뿌연 것으로 보아 비는 양이 차지않았나보다. 아쉬웠나보다. 더 내릴 테세다. "구구구구 구구구구!" 산비둘기가 운다 "자식.. 스토리텔링 2019.08.15
소백정간(小白正幹)/문경아제 김동한 엊그제 낮에 정오순 시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정 시인은 내일아침 10시20분쯤에 영주교회앞에서 만나자고 했다. 그러면서 희영이랑 같이 나가겠다고 했다. 퇴직을 하고 먹고대학에 입학하고부터 아침9시가 되어서야 부스스 일어나곤 했다. 생활의 리듬은 그렇게 깨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어제아침엔 약속시간을 맞추기위해 헐레벌떡 일어나 세수하고, 얼굴에 크림도 바르고 광(光)을 내었다. 볼품없는 노인네 얼굴이 호사(豪奢)하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얼굴치장하고 평소 즐겨입던 케주얼은 찾아보니 어디에 두었는지 보이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정장을 하고 대문을 나섰다. 가는 도중에 전화가 왔다. 꽃동산농협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우리 집에서 꽃동산농협까지는 걸어서 10여 분 이내의 거리다. 약속한 장소에 도착해보니 정오순 시.. 스토리텔링 2019.01.16
별아줌마 남간댁/문경아제 소 초소 앞 주황빛 가로등이 참으로 현란하다. 저 주황빛 가로등은 일년삼백육십오일을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초소 앞 마을안길을 환히 밝힌다. 주인곁을 잠시도 떨어지지 않는 우직스런 충견忠犬 같은 가로등이다. 사람같으면 그렇게 열악한 환경에선 더 이상 근무 못하겠다고, 일년에 .. 스토리텔링 2018.02.13
목고개2/문경아제 영주 집에 가려고 목고개에 서서 버스를 기다렸다. 저만큼 떨어져 있는 동쪽, 나지막한 산 아래 '방구머리' 가 보였다. 친구형님, 이재명 어르신이 사시는 동네를 예로부터 방구머리라고 불렀다. 방구머리는 마을입구, 오른 쪽 산모퉁이에 집채만 한 바위가 떡하니 버티고 앉아있었다. 큰 .. 스토리텔링 2016.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