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자 장독간에 봉숭아 반만 벌어 해마다 피는 꽃을 나만두고 볼것인가 세세한 사연을 적어 누님께로 보내자 누님이 편지보며 하마 울까 웃으실까 눈앞에 삼삼이는 고향집을 그리며 손톱에 꽃물들이던 그날 생각 하시리 양지에 마주 앉아 실로 찬찬 매어주던 하얀 손 가락가락이 연붉은 그 손톱을 지금은 꿈속에 본 듯 힘줄만이 서노니 해마다 여름이 오고 봉숭아가 곱게 필즘이면 떠오르는 시조입니다. 예전엔 이런 노래도 불렀답니다. 울밑에선 봉선화야 네 모양이 처량하다 길고긴날 여름철에 아름답게 꽃필 적에 어여쁘신 아가씨들 너를 반겨 놀았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