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우7/문경아제 어머니,우리 집엔 손녀딸만 둘입니다 당신께서 귀여워할 증손자는 없습니다 시대가 바뀌었으니 저도 어찌 못합니다. 초등학교 5학년인 큰 손녀딸 신우는요 글짓기도 리코더도 잘하고 잘 붑니다 여덟살 막둥이는요 떼쓰는 건 일등이고요. 춤추고 노래하고 구들이 들썩 귀가 먹먹 두 손녀.. 시조 2018.06.24
나목(裸木)/문경아제 톱날이 윙윙울고 퍼런 낫이 번뜩이던 날 눈물뿌리고 떠나버린 사랑하는 형제자매 집 잃은 초록빛 미소 뉘집앞 서성일까. 고달픈 날개 접고 찾아던 바람과 새 쉬어 갈 가지없어 빙빙돌다 날아가니 창공속 뭉게구름이 내려다보며 탄식한다. 나목은 기다린다 하염없이 기다린다 속절없이 .. 시조 2018.06.23
초우初雨1/문경아제 동무하고 둘이서 천방지축 장난치다 우리 집에 팔려온 목매기 두 눈가엔 어미소 젖이 그리워 눈물이 그렁그렁. 날줄 씨줄 손 맞잡고 사랑가 엮어가면 새하얀 명주천은 한 필 두 필 포개지고 울 누나 뽀얀 얼굴에 곱게 피는 사랑꽃. 목고개 굽잇길엔 산도깨비 간곳없고 마을 앞 보리밭은 .. 시조 2018.04.28
진달래/이영도 눈이 부시네 저기 난만히 멧등마다 그 날 쓰러져 간 젊음 같은 꽃사태가 맺혔던 한恨이 터지듯 여울 여울 붉었네 그렇듯 너희는 지고 욕辱처럼 남은 목숨 지친 가슴 위엔 하늘이 무거운데 연련히 꿈도 설워라 물이 드는 이 산하山河 시조시인 정운 이영도의 시조, '진달래'다. 시조시인 박.. 시조 2018.04.20
살구꽃 핀 마을은/이호우 살구꽃 핀 마을은 어디나 고향 같다 만나는 사람마다 등이라도 치고지고 뉘 집을 들어서면은 반겨 아니 맞으리 바람 없는 밤을 꽃 그늘에 달이 오면 술 익는 초당草堂마다 정이 더욱 익으리니 나그네 저무는 날에도 마음 아니 바빠라 시조 2018.03.21
외등/문희숙 굴뚝이 제 속을 까맣게 태우면서 누군가의 따스한 저녁을 마련할 때 길 건너 어둠을 받는 밀보릿빛 우산 하나 먹물에 목이 잠겨 야위는 강을 지나 내 꿈의 어지로운 십자로를 한참 돌아 사랑이 절면서 오는 굽은 길목 어귀에 시조 2018.03.08
비 오는 날/조경자 빗줄기 흐르는 창밖을 내다보며 잔별이 쏟아지는 변방에 뿌리내려 산수유 노랗게 필 무렵 떠난 막내 불러본다. 눈 감아도 보이는 가로막힌 철책선 황소처럼 걸어온 가슴에 훈장 달고 현충원 꽃이 되어서 고이 잠든 우리 보배 꽁꽁 언 두 손을 호호 불며 녹여주는 고픈 사랑 달래며 향수 .. 시조 2018.0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