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밤/이호우 낙동강 빈 나루에 달빛이 푸릅니다 무엔지 그리운 밤 지향없이 가고파서 흐르는 금빛 노을에 배를 맡겨봅니다. 낯익은 풍경이되 달아래 고쳐보니 돌아올 기약없는 먼 길이나 떠나온 듯 뒤지는 들과 산들이 돌아돌아 뵙니다 아득히 그림 속에 정화된 초가집들 할머니 조웅전에 잠들던 그.. 시조 2017.06.11
동백/전선구 사무친 그리움에 목 놓아서 울던 그날 청옥 빛 하늘아래 흐느끼다 가슴 열고 간절히 네 이름 불러 천지간에 소리쳤다. 바닷가 숲속에서 따사한 손 마주 잡고 옥양목 손수건에 진홍 핏빛 적신 그날 잊으랴 잊을 수 없어 목메도록 불러본다. 이제는 옛날 얘기 더 무엇을 바랄건가 찬란한 소.. 시조 2017.03.20
징검다리/김경미 내가 만들게요 내가 건널게요 당돌히 등 돌렸던 당신을 기다리며 여문 콩 줄 맞춰 꿴 듯 튼튼하게 놓을게요 내가 밟고 건너는 건 내 손에 이끌린 삶 물이끼 테 둘러도 새로 뛰는 심장 안고 첫걸음 가쁜 파동이 한껏 달게 할게요 시조 2017.03.16
장검다리/김경미 내가 만들게요 내가 건널게요 당돌히 등 돌렸던 당신을 기다리며 여문 콩 줄 맞춰 꿴 듯 튼튼하게 놓을게요 내가 밟고 건너는 건 내 손에 이끌린 삶 물이끼 테 둘러도 새로 뛰는 심장 안고 첫걸음 가뿐 파동이 한껏 달게 할게요 시조 2017.03.11
경칩 무렵/백점례 비 그치고 밟는 흙이 밥처럼 부드럽다 속 환이 보이는 가난한 터전으로 저만큼 햇살은 벌써 밭고랑을 치고 있다 지난날 엉킨 덤불도 풀씨의 울이 되고 바람과 살얼음도 깍지 플어 넘는 길에 떡잎이 기지개를 켜나 발바닥이 간지럽다 시조 2017.03.03
폭우/김경미 손 한번 잡지 못할 멀고 먼 당신을 텅 빈 가슴 한쪽에 품고만 사는데 기어이 큰 비가 내려 흙탕물을 만듭니다 앙상한 그리움에 움푹한 골만 패여 당신을 포기할 우울한 창가에는 채찍비 마른번개로 칼 소리를 냅나다 내 사랑 아무런 잘못도 없으면서 한없이 빌고만 싶어지는 하늘.. 시조 2017.02.25
우수 무렵의 시/이처기 살붙이가 보내온 회신을 읽어보고 지웠던 그림을 다시 드로잉하며 그리다 그만둔 지도 선을 따라 이어간다 이민 가는 이삿짐 포장 펜으로 쓴 주소에 잉크가 스며들어 젖어오는 우수 무렵 판자문 문 앞에 놓인 흐트러진 구두 짝 시조 2017.02.21
잔설/한희정 부디 돌아오시라 살아 돌아오시라 별마저 숨어 버린 동짓달 그믐밤에 돌담 밑 쪼그려 앉아 훌쩍이던 속적삼 서둘러 간 길모퉁이 흔적 없이 사라져도 눈감으면 더 생생히 흑백사진 그 시간 속, 어젯밤 음복한 별이 한낮에도 빛난다 시조 2017.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