넝쿨손/이무식 버려둔 화분속에 잡풀이 움을 튼다 실처럼 길디길게 키만 자꾸 키우더니 어느 날 공중에 걸린 빨래 줄을 움켜쥔다 뿌리 내릴 터를 골라 생시生時를 결정하고 허공을 더듬어서 어린 순筍을 의탁하는 잡풀의 생애 속에도 조응照應하는 길이 있다 이무식, 그는 시조시인이었다. 나보다 세 .. 시조 2017.12.25
강촌/문경아제 지당에 비 뿌리고 양류에 내끼인제 사공은 어디가고 빈 배만 매였는고 석양에 짝잃은 갈매기만 오락가락 하노매 조선조 조헌이 읊은 시조다. 눈을 감고 읽어보라. 그대의 눈앞에는 석양에 갈매기날고 저녁밥 짓는 가느스름한 연기 바람에 흩어지는 강촌의 풍광이 제대로 보일 것이다. 저.. 시조 2017.11.03
풀꽃 마을/추창호 밟아 오른 세속의 품계 음계가 되지 못하고 베고 베인 상처로 뒤척이는 길에 서면 초대를 받지 않아도 가고 싶은 마을 있다 습하고 외진 터도 은총처럼 축복처럼 몸 낮춰 어우렁더우렁 다복솔같이 모여 사는 쇠비름 금강아지풀 애기똥풀 깽깽이풀 저마다 켜든 꽃불 타올라서 절창이 되고.. 시조 2017.10.03
주말 오후 세 시/김경미 1 손가락 손님들로 카페 안이 부산하다 사람으로는 못 채운 사무치는 외로움 연인을 앉혀 놓고도 기계하고 눈 맞춘다 2 구두를 신을 일이 날마다 많아진다 거품조차 그럴싸한 영혼 없는 초대장 구토를 동반한 어지럼증 벌어지는 엉치뼈 3 밑바닥에 두었던 망치를 꺼낸다 스멀스멀 .. 시조 2017.08.10
급소 찌르기/김경미 1 두꺼운 논문을 업고 사는 연구자는 극소수의 천재들 아니면, 사기꾼들 밥상도 각주로만 차려 그 나물에 그 밥 2 문하생들 손을 빌려 눈길 잡은 대작에 양심을 도려낸 후 감쪽같은 덧칠 입혀 방자한 이름 깁게 새겨 대작이라 뽑낸다 3 갖은 폼 대 재고 꼴사나운 짓만 하다 기껏 한 .. 시조 2017.08.09
구절초 하늘이 땅만 하든 땅이 하늘만 하든 저쪽엔 뭉게구름 이쪽엔 맑은 웃음 한 뼘 땅 넉넉한 보시 하늘만큼 환하다 이무식 ㅡ제10회 현대시조 신인문학상 수상 ㅡ제3회 대산재단 문학인창작지원금 수혜 ㅡ시조집 '맷돌의 변' 발간 ㅡ영주시조문학회 회장 시조 2017.06.30
월정리에서/김월준 갈대들이 울어쌓던 저 너른 철원 벌에 피울음을 토하던 그날의 외침마저 녹슬은 메아리가 되어 떠날 줄을 모르고 기적 소리 멈춰 선 지 반백이 넘었는데 아직도 북녘에선 피붙이의 앓는 소리 "철마는 달리고 싶다" 원산 거쳐 유라시아! 시조 2017.06.23
한국인의 사랑시 이호우와 정운 이영도는 오누이 시인지요. 이호우가 오라버니이고 이영도가 누이동생이지요. 정운 이영도 시인은 스물한 살에 청상이 되었지요. 남편을 잃은 정운에게 청마 유치환 시인이 다가왔습니다. 청마는 정운에게 사랑의 연서를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정운도 청마에게 사랑의 답.. 시조 2017.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