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둔 화분속에 잡풀이 움을 튼다
실처럼 길디길게 키만 자꾸 키우더니
어느 날 공중에 걸린 빨래 줄을 움켜쥔다
뿌리 내릴 터를 골라 생시生時를 결정하고
허공을 더듬어서 어린 순筍을 의탁하는
잡풀의 생애 속에도 조응照應하는 길이 있다
이무식, 그는 시조시인이었다. 나보다 세 살쯤 더 먹었지만 5급공무원인 그는 나와 퇴직동기였다. 우린 2004년 12월에 정년퇴직을 했다. 5급사무관인 그는 60세가 정년이었고 기능직인 나는 57세가 정년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공직생활도 순탄치 못했다. 김대중 정권땐가 해임을 당한 전력이 있었다. 당시 공무원 구조조정을 하면서 임용당시의 사소한 잘못을 들추어내어 '임용원인무효'라는 희한한 올가미에 걸리게 해서 공무원을 쫒아내곤 했다.
이무식 시인은 그렇게 희생된 공무원 중의 한 사람이었다. 물론 얼마 뒤 복직이 되었지만 퇴직금 다 정리되고 신규임용되었으니 그 고충이 오죽했겠는가!
주옥같은 시 남겨놓고 월전에 시인은 우리곁을 떠나갔다. 무섬마을 외나무다리보다 훨씬 긴 다리를 건너 강 저편으로 사라져갔다.
시인의 유작시조 넝쿨손을 읊으며 시인을 떠올려본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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