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우와 정운 이영도는 오누이 시인지요.
이호우가 오라버니이고 이영도가 누이동생이지요.
정운 이영도 시인은 스물한 살에 청상이 되었지요.
남편을 잃은 정운에게 청마 유치환 시인이 다가왔습니다. 청마는 정운에게 사랑의 연서를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정운도 청마에게 사랑의 답신을 했습니다
정운 이영도와 청마 유치환 사이에 오간 사랑의 러브레타가 5천여 통이라고 합니다. 둘이는 그 많은 러브레타를 주고 받으며 정신적 사랑을 엮어갔답니다. 청마 부인의 가슴앓이는 어떠했을까요?
여기, 청마 유치환 시인의 시, '사랑하였으므로 행복하였네라' 를, 정운 이영도 시인의 시 '진달래'를, 이호우 시인의 시 '개화(開花)'를 옮겨봅니다.
사랑하였으므로 행복하였네라
유치환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 더 의지 삼고 피어 헝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망울 연연(戀硏)한 진홍빛 양귀비꽃 인지도 모른다
_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_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진 달 래
이영도
눈이 부시네 저기
난만(爛漫)히 멧등마다.
그 날 스러져 간
젊음 같은 꽃사태가.
맺혔던 한(恨)이 터지듯
여울여울 붉었네.
그렇듯 너희는 지고
욕처럼 남은 목숨.
지친 가슴 위엔
하늘이 무거운데.
연연(戀硏)히 꿈도 설워라
물이 드는 이 산하(山河).
개화(開花)
이호우
꽃이 피네 한 잎 한 잎
한 하늘이 열리고 있네
마침내 남은 한 잎이
마지막 떨고 있는 고비
바람도 햇빛도 숨을 죽이네
나도 가만 눈을 감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