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가, 까치 울다/김정 꽃담 밖 무임 빌라 까치 우는 아침이다 몇 대대 공덕인 듯 탑을 쌓은 시루떡 유세차 물 한 그릇도 조상 은덕이겠다 허리춤에 감춘 바람 휘몰이로 내리치면 멍석 위 떨어지는 모야, 모야, 고함소리 독립군 만주벌 가던 할아버지 닮았다 치자꽃 담아낸 듯 고명 얹은 떡국 먹고 그동안 잘 지.. 시조 2016.02.05
사랑초/조경자 연분홍 부푼 가슴 엊그제 같은 시간 샘솟듯 피어나는 잠들지 않던 사랑 수줍은 사랑의 노래 멈출 줄 몰랐다네. 텅 빈 가슴 빗장열고 가만히 들여 보니 아직은 연분홍 빛 꺼지지 않은 사랑 따스한 햇살 속으로 걸어가고 싶구나. 조경자 2011년 「크리스천문학」신인상 등단 시조 작품 다수 .. 시조 2016.01.13
기일 서울로 태국으로 아들 손자 다 떠나 고향 달빛 몇 사발로 제사상을 차렸네 나 혼자 제관이 되어 고자넉이 절을 하네 오십년 그 세월을 난 한촉 피는 사이 상 차리던 당신이 영혼으로 다녀간 밤 내 집의 자정의 만찬 설거지하고 가겠네 _이용상(1934~2015) ★모셔온 글 시조 2015.12.26
호떡 하나/강인순 옛것을 투망하는 인사동 길모퉁이 잃은 시간 찾다 말고 입에 문 호떡 하나 쉰 나이 어색한 풍경 한낮의 유상급식 강인순 시조시인. 경북 안동 출생. 영남대 교육대학원 졸업. <오늘> 시조 동인. 안동 경일고등학교 교장을 지냄. 시조 2015.12.10
손녀딸 유치원 운동회날 일등으로 달려가다 힐끔 힐끔 돌아보며 종종종 뛰어가다 일등상 놏쳐버리고만 우리 집 햇종다리. 조런 조 바보쟁이 헛똑똑이 멍텅구리 할머니는 열이나서 얼굴이 새빨간데 이등도 괜찮다 라며 생긋 웃는 종다리. 방학하면 내려온단 종달새 전화 받고 달력에 동그랗.. 시조 2015.11.18
징 1 삼천리 그 몇 천리를 세월 몇 굽이 돌아 갈고 서린 한을 풀어 가을 하늘을 돌고 있네 수수한 울음 하나로 한평생을 돌고 있네. 2 아홉 마당 열두 타작으로 잔등을 후려쳐라. 주름살 골을 따라 갈가리 찢긴 한을 한평생 돌다 지치면 내 전신을 두들겨라. 3 울거라 울거라 밤새도록 울거라 .. 시조 2015.10.31
빈 집/조경자 야생화 피고 지는 기척 없는 뜰 안 그리움 끌어안고 깨어진 항아리 해종일 기다리며 키 크는 도토라지 웃음소리 그득하던 먼지 수북 쌓인 방 적막이 걸려있는 깊이 잠든 자물쇠 부서진 미닫이 열면 반겨주실 어머니 할 말을 잊어버린 무너진 토담 아래 헤진 기억 뒹굴며 짝 잃은 검정고무.. 시조 2015.10.29
조국/백수 정완영 행여나 다칠세라 너를 안고 줄 고르면 떨리는 열 손가락 마디마디 애인 사랑 손 닿자 애절히 우는 서러운 내 가얏고여. 둥기둥 줄이 울면 초가 삼간 달이 뜨고 흐느껴 목메이면 꽃잎도 떨리는데 푸른 물 흐르는 정에 눈물 비친 흰 옷자락. 통곡도 다 못하여 하늘은 멍들어도 피맺힌 열 두 .. 시조 2015.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