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대포집 수원화성 화홍문 연못가 왕대폿집 벽에 걸린 주전자가 모과처럼 우그러져 막걸리 젖통을 만진 손들을 알만하다 안주도 안 시키고 막걸리만 들이켜는 넝마주이 단골손님 오늘은 안 보이네 그나마 막걸리 값도 마련이 못 되었나 대폿집 주인장이 문밖을 내다본다 리어카 세워놓고 딴 데 .. 시조 2015.10.02
초우(初雨)3/문경아제 구구구구 자식죽고 구구구구 계집죽고 앞마당에 매어놓은 암소죽고 구구구구 이승의 연(緣) 끊지 못해 저리 우는 홀아비 넋. 개똥개똥 개똥불이 마당에 등불 켜고 별님이 사다리타고 밤마실 내려오면 보랏빛 모깃불 연기 초가삼간 휘감는다. 초사흘밤 쪽달하고 서쪽하늘 저 별님은 사랑.. 시조 2015.06.19
초우(初雨)2/문경아제 아랫목엔 앓는 아기 윗목에는 푸닥거리 아침에 눈떠보니 애기 얼굴 안 보인다 울 아기 가녀린 혼불 초가삼간 떠나간 듯. 이 밤도 소쩍새는 피 토하며 울어대고 산비둘기 설운 노래 어메가슴 멍드는데 까만 밤 밝혀보려고 박꽃은 피나보다. 나이 들고 생겨버린 객쩍은 버릇 하나 밤하늘 쳐.. 시조 2015.06.11
두부장수 종소리/문경아제 비 그친 골목길에 들려오는 종소리 두부사려 땡그랑 복 받아요 땡그라앙 구수한 손두부래요 내일은 못 옵니다 흥겹다고 땡그랑 신명난다 땡그랑 언덕길 올라갈 땐 힘들다고 땡그라앙 팔난봉 하늬바람은 이맛살도 반듯하네 땡그랑 땡그라앙 장단 맞춰 땡그랑 빈 수레 끌고가며 떨이했다 땡그라앙 서산에 지는 햇님이 잘가거라 윙크하고 시조 2015.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