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김정숙 시늉만 하는 삶에 이정표 하나 없는 이쯤서 돌아보는 지천명 구비길에 발길이 닿지 않았던 가슴아린 사연들. 시린 가슴 부벼가며 꽃등 다는 이웃에게 박수 한 번 크게 쳐서 힘이 된적 있었던가 앞가림 허덕이다가 잊어버린 이름들. 시조 2016.07.31
들꽃 단상/윤원영 국도 어디서나 어여쁜 꽃들을 보네 월남전 한창이던 우리들의 열여섯 왼종일 해바라기하던 계집애들 얼굴 같은 흙먼지 풀풀 날리는 삼 십 리 길 걷고 걸어 미합중국 대통령 기다리고 기다렸네 꽃들은 어디로 갔는지 병사들은 그 애들은 시조 2016.05.28
초우.5 굽잇길 언고개 길 새하얀 꽃 찔레꽃 보리목 뽑으려고 울어대는 종다리 울 어매 무명적삼은 땀에젖어 얼룩덜룩. 새카만 날개가 하늘을 뒤덮었다 어마닭 품안에는 병아리 숨죽인다 할머닌 지팡이 들고 하늘보고 훠이훠이. 무섬마을 가는 길에 찔레꽃은 새하얀데 밤사이 내린비에 버들숲은.. 시조 2016.05.28
예쁜 구렁이 아들네 집 다니러 온 충청도 할아버지 손녀딸 손잡고 바람 쐬러 나왔다 조그만 손녀딸 입이 제비처럼 조잘댄다. 할아버지 돈 많지요? 엄마는 돈 안 줘요! 요녀석 뱃속에 능구렁이 들었구나 손녀딸 내려다보며 껄껄대는 할아버지. 천원짜리 한 장 받고 헤죽웃는 햇구렁이 나비되어 팔랑팔.. 시조 2016.05.28
삐삐꽃 봉분/유헌 애써 몸 세우려고 기대서지 않았다 단물 다 내어주고 심지까지 다 뽑히고 밟히고 베이면서도 산기슭 지켜왔다 바람에 맞서지도 피하지도 아니하고 찬 이슬로 꽃을 피워 윤슬처럼 반짝이며 은발로 다녀가시는 울 어머니, 하얀 꽃 시조 2016.05.13
노다지라예/최영효 지리산 아흔아홉 골바람도 길 잃는 곳 싸리버섯 십리 향에 목젖 닳은 뻐꾸기 소리 햇귀도 노다지라예 덤으로만 팔지예 미리내 여울목엔 외로움도 덤이라면 잠 못 든 냇물소리 달빛 함께 즐 고르면 가슴 속 놓친 말들이 노다지 노다지라예 가랑잎 누운 자리 그리움 덧쌓일 때 여닫이 창을 .. 시조 2016.04.01
모래시계/김경미 허기진 시간이 분탕질을 시작하면 손톱보다 흰 얼굴 실금이 번져가고 세모난 눈을 감는다 아이만 눈을 뜬다 풀이 죽은 나이를 흡입하는 위태로움 두려움 깨 떨듯 떨어질 날 언제일까 헛되이 목만 긁혀서 패대기로 오는 유년 꼬리 물고 이어지던 부식된 기억은 양심을 뒤집어 선명하게 드.. 시조 2016.02.26
삼강주막/조평진 어렵게 찾아간 곳 외딴 집 초옥에는 주모의 종종걸음 아쉬워도 볼 수 없고 스쳐간 애환의 곡절만 강둑위를 서성인다. 거룻배 떠나간 뒤 꿈꾸는 나루터에 철따라 오가던 객 기약 없어 서러웁고 힘 부친 회화나무만 세월 속에 앓고 섰네. 어우러져 흐르던 강 옛 임도 그리울까 유옥연 할머.. 시조 2016.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