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
비 그치고 밟는 흙이 밥처럼 부드럽다
속 환이 보이는 가난한 터전으로
저만큼 햇살은 벌써
밭고랑을 치고 있다
지난날 엉킨 덤불도 풀씨의 울이 되고
바람과 살얼음도 깍지 플어 넘는 길에
떡잎이 기지개를 켜나
발바닥이 간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