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술을 좋아했다. 좋아했다기 보다는 사랑했다.
4, 5십대 장년시절엔 하루같이 술에 취해 있었다. 그런 나를 딸아이는 무척 싫어했다.
의사로부터 금주령을 받은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사랑했던 술이 나를 배신했다. 도움은 커녕 '간기능 저하' 라는 독을 주고 돌아 섰다.
돌아선 술은 저쯤에 서서 날 바라다보며 조소嘲笑를 날렸다. 피식 웃었다.
'나쁜놈!' 욕지거리가 튀어나왔다.
작년 9월 건강검진을 해보았더니 결과는 예상했던 대로였다.
간보다도 위장이 더 엉망이었다. 낡아서 헤진 옷 같았다.
아직은 먹여 살여야 할 집사람이 있다. 예쁜 두 손녀딸도 있다.
술을 끊었다. 가족에겐 난 죽을 때까지 공인公人이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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