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307

우리집/문경아제

우리 집은 영주교회 부근, 효성빌라 앞에 있다. 대지 42평에 건평 21평인 자그마한 집이다. 1986년, 마흔 살 때 지은 지 삼년 된 집을 사서 이사 왔다. 그때만 해도 사람도 쓸만했고 집도 새집이었다. 그로부터 꿈쩍않고 31년을 이 집에서만 살다 보니 집도, 사람도 많이 늙어버렸다. 우리 내외는 이 집에서 아이들 키워 시집 장가보냈다. 어제낮이었다. 초소에 쭈그려 앉아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데 집사람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귀뚜라미가 나왔다고 했다. 많이 컸다고 했다. 지난 늦가을 어느 날, 주방에 난데없이 귀뚜라미 한 마리가 찾아들었다. 귀뚜라미는 거실을, 목욕탕을, 제집 더 나들듯 팔딱팔딱 뛰어다니며 재밌게 놀곤 했다. 겨울에 접어들자 귀뚜라미는 보이지 않았다. 추워서 어디로 이사를 갔거니 생각을..

수필 2017.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