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을 쓸면서/문경아제 스륵스륵 비질을 한다. 기다란 대비로 아파트인도에, 마트앞 외곽도로에, 지하주차장진입로에 수북히 떨어진 낙엽을 쓴다. 비질을 거듭 할 수록 떨어진 낙엽은 말끔히 쓸려 푸대에 담겨진다. 그래, 이 가을엔 가슴속에 수북히 싸여있는 온갖 번민과 갈등의 씨앗도 깨끗이 쓸어내자. 돈도 .. 수필 2017.11.05
갈수록 태산/문경아제 요즘은 일이 많다. 아침 5시20분쯤 눈비비고 일어나서 30분에 자전거 타고 대문을 나선다. 죽치고 앉아 아침밥 먹을 사간이 없다. 캄캄한 새벽길 어둠을 뚫고 초소에 도착하면 6시에 조금 못 미친다. 초소에 불을 켜고 난로를 피운 뒤 순찰시계를 들고 순찰길에 나선다. 순찰을 한 바퀴 돌고.. 수필 2017.11.03
유수같이 흘러가는 세월/문경아제 눈을 떴다. 시월의 마지막 밤은 꿈인 듯 지나갔다. 2017년 10월 31일, 시월의 마지막 밤은 그렇게 꿈같이 지나갔다. 가을인가 했더니 어느새 11월, 계절은 만추로 접어들었다. 어제아침 출근길엔 목도리를 했다. 목이 따뜻하면 감기가 다가오지 않는다. 어느 해 겨울이었다. 예주 김영숙 시인.. 수필 2017.11.01
동창이 밝았으냐 /문경아제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 소치는 아이는 상기 아니 일었느냐 재 너머 사래 긴 밭을 언제 갈려 하나니 아침, 아홉 시가 다 되어간다. 동창이 밝아온지 이미 오래다. 비번날은 늘 이렇게 늦게 일어난다. 하기사 늘 잠은 일찍 깬다. 이불속에서 빠져나오지 않을 뿐이다. 집사람도 .. 수필 2017.10.28
안동 나드리/문경아제 안동 나드리에 나섰다. 소풍가 듯이 맘 편하게 나서는 나드리길이 아닌 조금은 기분이 착잡은 길이다. 집사람 눈이 좋지않아 안동병원에 수술을 받으러 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좋든 착잡하든 어쨌던 나들이 길이다. 집사람이 이런저런 수술을 받을 때마다 뻔질나게 들락거리던 안동병원.. 수필 2017.10.26
1분간의 배려/문경아제 어제 아산병원에서였다. 오전 열시 반쯤 서관채혈대에 왼쪽 팔을 맡기고 있었다. 채혈을 하기위해서였다. 고개를 돌렸다. 주사바늘은 어른이고 아이고 다 무서운 법이다. "좀 아파요." 간호사의 말이떨어짐과 동시에 팔이 따끔했다. "아야!" 입에서는 얕은 비명이 새어나왔다. 이제 거제한.. 수필 2017.10.19
생일/문경아제 추석 지나고 열흘 후인 음력 팔월스무닷세날인 오늘이 내 생일이다. 어젯밤에 경기도 안양에 사는 큰아들 내외가 두 손녀딸과 함께 내려왔다. 평택 사는 막내 아들은 근무때문에 못온다고 한다. 조금 있으면 애물단지 딸아이가 올것이다. 해마다 생일상은 딸아이가 차렸다. 딸아이는 생.. 수필 2017.10.14
팔월 열여드레 새벽달/문경아제 서쪽하늘에 팔월 열여드레 새벽달이 둥실 떠있다. 열엿세날 밤부터 조금씩 기우러지기 시작한 저 달은 그믐밤이면 미인의 눈썹이 된다. 도마뱀의 짤린 꼬리가 재생되듯 쪼그러진 달도 재생능력이 도마뱀 못지않게 뛰어나다.구월 초하루밤부터 조금씩 살이 붙기 시작하면 보름밤엔 만월.. 수필 2017.10.07
진수성찬을 차려라/송영희 동생이 전화를 걸어 상의할 일이 있다고 했다. 가라앉은 목소리만큼 약속 장소로 가는 내 발걸음도 무거웠다. 동생은 눈이 부은 채 앉아 있었다. 부부싸움 후 한달이 지나도록 말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듣고 보니 자존심 싸움이었다. 무슨 말을 할지 난감했다. "그냥 네가 화해하자고 얘.. 수필 2017.10.01
우째 이런일이/문경아제 글을 쓰면 반드시 usb에 저장시키곤 했다. 그일은 습관처럼 이어져왔다. 어느 날 밤이었다. 그날도 글 한편을 써서 메모리에 저장시키려는데 머리가 하얘졌다. 저장방법이 요지부동,기억이 나질 않았다. 이리저리 이 생각 저생각 아무리 애를 써봐도 지워져버린 기억은 되살아나질 않았다.. 수필 2017.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