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문경아제
초저녁, 골목길에 어둠이 내린다. 하나 둘 가로등에 불빛이 찾아든다.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노는지 골목길이 온통 떠나갈 듯이 시끌벅적하다. 어디 숨기라도 하는 양, 몇 녀석은 후다닥 뛰어가는 모양이고 남은 한 녀석은 "일, 이, 삼, 사, 오!"라고 외치며 숫자를 센다. 아마도 숨바꼭질을 하는 모양이다. 옛날 어릴 적, 숨바꼭질을 할 땐 술래는 눈을 꼭 감고 벽이나 나무에 붙어 서서 "하나, 둘, 셋, 넷, 다섯....."이라고 숫자를 헤아리던지 아니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하고 외쳐대었다. 그런데 조금 전, 골목길에서 술래가 된 꼬마 녀석은 "일, 이, 삼, 사, 오!" 하며 큰 소리로 또박또박 숫자를 세는 것으로 보아 세월 따라 숨바꼭질 술래의 숫자 세는 방법도 예전과는 판이하게 변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