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동행2/문경아제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5. 9. 17. 19:50

방 한쪽에 둔/할머니 빨간 지갑

일곱 살배기 손녀딸이/만지작만지작

 

"왜?"/ "아빠지갑에도

엄마지갑에도,/돈 없어요!"

 

할머니가 건네주시는/ 천 원짜리 한 장 받아들고

손녀딸은 동네 구멍가게로/ 나풀나풀

 

할머니 가슴속엔/보슬비

보슬보슬.

        문경아제의 동시「빈 지갑」

   

    

 우리는 지금 풍요속 빈곤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국민소득이 무려 34,878달러라고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수치상의 평균일 뿐, 주변에 아직도 빈곤층이 많다. 물론 그 중에는 절대빈곤층인 기초생활수급자도 생각보다 많이 있다. 일예로 부산에서만 19만여 세대가 기초생활수급자라고 한다.

 우리 주위에는 청년실업자들도 많다. 실직한 젊은 청년들을  바라만 볼 수밖에 우리네 가슴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내수불황과 수출부진이 오랫동안 지속되다보니 그 여파로 청년실업의 폭은 넓어만 졌다. 나라에서는 청년실업문제를 조금이라도 들어보려고 '임금피크제'를 들고 나왔다. 그런데 기득권층에서 양보를 잘 하지 않는 모양이다. 보다못한 젊은이들이 '아빠, 삼촌, 일자리 좀 나눠주세요!' 라고 쓴 피켓을 들고 거리로 뛰쳐나와 호소를 한다.

 위 동시속의 젊은 아빠도 실직중이리라. 천 원짜리 한 장 들고 나풀나풀 구멍가게로 달려가는 손녀딸을 바라보시는 할머니! 할머니의 눈에서 떨어진 하얀 눈물이 보슬비 되어 할머니의 가슴을 적신다. 촉촉히 적신다.  (2015.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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