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아가씨 수연이는 저녁나절이면 늘, 아파트현관밖에 나와서 어린이집에 간 동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동생을 태운 어린이집 노란 버스가 아파트 마당에 들어섭니다. 버스에서 내리는 동생손을 꼭 잡은 수연이가 현관 안으로 사라집니다.그러던 수연이가 어느새 여고2학년이랍니다.
옆집 동생 보민이를 태운 수빈이 자전거가 경비실 앞을 지나 갑니다. 햇님이 서산으로 넘어가신 하늘엔 저녁놀이 붉게 타고 있습니다. 옛날에는 그렇게 많던 고추잠자리도 웬일인지 요즘엔 잘 보이지 않습니다. 붉게 타는 저녁노을 속으로 빨간 고추잠자리 나르고 그 사이를 아이들이 타고 가는 자전거가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풍경은 상상만 해도 아름답습니다.
어깨와 팔이 뻐근하게 아프네요. 꼬맹이 두 손녀딸에게 할아버지 팔 좀 주물러 달라고 부탁을 합니다.두 녀석이 조그만 손으로 조물락조물락 어깨와 팔을 주무럽니다. 제법 시원합니다. 그렇게 한참을 주무르던 다섯 살짜리 막내는 품값을 받으려는가 봅니다. 비행기 태워 달라고 팔을 쫙 벌리고 달려듭니다. 방바닥에 벌렁 드러누워 손녀딸을 안아서 치켜 올립니다. 조종사와 손님이 된 할아버지와 손녀딸이 파란 하늘을 둥둥 떠다닙니다.
생글생글 웃는 아이들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반짝이는 햇살이 보입니다. 귀기우려 들러보면 졸졸졸 흐르는 시냇물 소리도 들립니다. 때 묻지 않은 아이들 맘속엔 천사가 숨어 있습니다. 선과 평화의 표상인 그런 천사 말입니다.
눈을 감고 잠을 청합니다. 두 손녀딸의 해맑은 얼굴을 떠올리며 오늘 하루 걸어갔던 족적을 뒤돌아봅니다. 무심코 한 말과 행동이 이웃의 가슴에 아픈 생채기를 남기지 않았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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