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아침을 먹고 난 뒤 대문을 열고 서천둔치로 내닫는다.
산책을 하려고 길을 나섰다.
운동이 건강을 위해 하는 것이라면, 산책은 마음의 여유를 얻기 위한 것이다.
둑길 군데군데에 놓여진 벤치에 사람들이 드문드문 앉아있다. 다들 나이든 노인분들이다.
부부인듯한 두 노인분이 벤치에 나란히 앉아서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다 본다.
허름하게 차려입은 두 분의 노인이지만 살아온 만큼의 연륜이 느껴진다.
남들에게 보여지는 내 모습은 어떨까?
하얀 학창의를 단아하게 차려입고 강가에 서있는 저 백로!
아직도 아침밥을 먹지 못 했는지 물속을 잔뜩 노리고 있다.
저 백로, 물고기 몇 마리로 주린 배를 채우면 훨훨 날아 선계(仙界) 찾아 갈 것이다.
동물은 사람처럼 욕심이 없다. 그네들은 사재기도, 부동산투기도, 출세하려고 몇 계단을 껑충 뛰어오르지도 않는다.
동물은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를 알고 있다. 인간처럼 욕심을 안부리기 때문이다.
관상용으로 둑길가에 심어놓은 영산홍이 시들시들 하다. 농촌에서는 가을가뭄이 심하다고 한다.
그래, 비가 적당히 내려준다면 곡식도, 채소도, 또 저기 저렇게 시들어가는 관목들도, 살이 찌고 활기를 되찾으리라.
하느님! 비좀 내려 주세요.(2015.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