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수취인 없는 택배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5. 9. 22. 22:15

예주 김영숙 시인이 카페에 올린 글을 요약해서 옮겨봅니다.

작년 4월에 1박2일 코스로 고등학교동창회가 열렸답니다. 동창생중엔 학창시절부터 40여년을 절친으로 지내는 친구가 있었답니다.

그 친구는 동창회가 끝나는 날 아침에 트럭을 몰고 동창생들이 묵고 있는 숙소를 찾아왔다고 했습니다.예주 시인을 한 번 만나보고 싶어 그렇게 찾아왔다고 하더랍니다. 3년 만에 열리는 동창회니 그 친구분과는 3년 만에 만났다고 했습니다.

그 친구분은 집에 전화도 없고 그러니 요즘에 흔해빠진 휴대전화는 물론 가지고 있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함께 살던 아내는 일년 전에 세상을 떴고 친구는 산골마을에서 혼자 외롭게 산다고 했습니다.

나이들어 친척도 멀어지고 그러니 어디에서 연락 올 곳도, 누구에게 연락할 것도 없으니 핸드폰도 집전화도 필요 없다는 친구였답니다.

동창회에 다녀온 뒤 6월 어느 날, 예주 시인은 그 친구가 여름에 입으라고 런닝셔츠와 반바지, 기타 혼자 사는데 필요한 이런저런 필수품을 택배로 부쳤답니다.

그런데 택배가 반송이 되어 되돌아왔다고 했습니다. 반송사유가 '수취인 없음' 이었답니다. 마을이장에게 전화를 넣어 물어보니 그 친구 5월에 세상을 떴다고 하더랍니다.

'까불지 마라! 세월 앞에 장사 없다.'

'폼 잡지 마라! 세월 앞에 큰 소리 못 치는 법이다.'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는 몰라도 어느 누구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인듯한 그 친구의 말을 떠올리며 예주 시인은 목 놓아 울었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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