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하기 싫네 요즘들어서 집사람 입에서 자주 튀어나오는 말이 있다. "아이구 밥하기 싫다!" 라는 말이다. 시집와서 45년 동안 부지깽이 운전을 하였으니 하긴 밥하는 일도 신물이 날게다. 그러나 어쩌노. 산 입에 거미줄 칠 수는 없고 먹어야 사니 누가 해도 밥을 해야하지 않겠는가! 당신이 하기 싫다.. 수필 2017.06.23
여름이 짙어간다 어제부터 매미가 울기 시작했다. 앞산에서 울어대는 뻐꾸기 울음소리가 더 구성지게 들여온다. 5시 조금 넘어서면 해가 뜬다. 산비둘기 울음소리도 더 청승맞게 들려온다. 뉘집 밭언저리에 심어놓은 옥수수가 통통하게 살이 쪘다. 유월양대도 잘 익었다. 여름은 그렇게 짙어만 간다. 수필 2017.06.22
뽕나무에 달린 오디 뽕나무엔 오디가 까맣게 달려있었다. 잘 익은 까만 오디는 아주 달콤했다. 상큼한 향내음도 참으로 좋았다. 어릴 적, 뽕나무 열매 오디를 참 많이도 따먹었다. 학교 울타리에 아이들이 빼곡히 붙어있다. 연초록빛 펜스에 붙어있는 아이들을 보고있자니 그 옛날 어렸을 때 뽕나무에.. 수필 2017.06.06
격변하는 세상 6년 전 일이었다. 초저녁이었다. 저녁을 먹고 초소 앞을 어슬렁거리는 데 울타리 밖에 아이들이 조잘대며 어디론가 가고있었다. 103, 104동에 사는 딸아이들이었다. 함께 가는 또래들 중엔 명은이도 있었다. 그때 명은이는 중학교3학년이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아이들 입술이 하나.. 수필 2017.06.06
이제, 밥하기 싫다 집사람이 말했습니다. "이제, 밥하기 싫다!"라고. 하긴 시집와서 45년 넘게 밥을 해왔으니 하기 싫을 때도 됐지요. 어느 날 집사람 입에서 '밥하기 싫다'라는 말이 새어나왔을 때 깜짝 놀랐습니다. '클났구나. 집사람이 밥을 안하면 나는 어디가서 밥을 얻어먹노. 그렇다고 집.. 수필 2017.06.06
컴맹 나는 거의 컴맹이다. 노트북 좌판 두드리며 글만 쓰지 컴퓨터의 원리는 전맥이다. 그런 내가 답답하게 보였는지 며칠 전에 이웃에 사는 최 시인이 나를 붙잡아 앉히고 한 시간 넘게 교육을 시켰다. 최 시인은 나이가 몇 살 적고 문단에도 나보다 수 년 늦게 데뷔했다. 그래서일까 .. 수필 2017.06.04
6월 어느 새 5월이 지나가버렸다. 5월이 가버린 자리를 6월이 차지하고 앉았다. 세월은 그렇게 물흐르듯이 흘러간다. 가는 세월을 잡을 방법도, 막을 방법도, 없다. 하기야 방법이 아주 없는 것도 아니다. 지구의 자전과 태양둘레를 방빙도는 공전을 막으면 된다. 헤라크레스 같은 지구.. 수필 2017.06.01
너무 가물다.1 날씨가 너무 가물다. 지난 한 달 동안 비다운 비가 내리지 않았다. 지표의 수분 함유량이 10%대에 머물렀다고 한다. 때아닌 초여름 더위가 극성을 부리고 밭작물은 타들어가 농심은 퍼렇게 멍들어가고 있다. 천재가 오래 지속되면 인심도 흉흉해진다. 비좀 내려라. 하늘이시여, 비.. 수필 2017.06.01
영월 동강 저 동강은 천지가 창조되고 천지개벽이 일어난 뒤 그 언제쯤에 생겨났을 것이다. 그때부터 지금 껏 저렇게 세월을 품어가며 강줄기는 굽이길을 돌아갔을 것이다. 저 느티나무는 수령이 700년이라고 한다. 인간사 한 대를 30년으로 잡는다면 23대 할아버지쯤 될 것이다. 저 느티나무를 사람.. 수필 2017.05.29
모델료 초소에 101동에 사는 기훈이가 찾아왔다. 엄마랑 함께왔다. 기훈이는 초등학교 6학년이다. 선생님이 숙제를 내셨는데 할아버지와 폰에 사진찍기란다. 그러면서 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안 계시니 대신 사진 좀 같이 찍어달란다. "경비할아버지는 삐쩍 말라 볼품없으니 다른 할.. 수필 2017.0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