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거의 컴맹이다.
노트북 좌판 두드리며 글만 쓰지 컴퓨터의 원리는 전맥이다. 그런 내가 답답하게 보였는지 며칠 전에 이웃에 사는 최 시인이 나를 붙잡아 앉히고 한 시간 넘게 교육을 시켰다. 최 시인은 나이가 몇 살 적고 문단에도 나보다 수 년 늦게 데뷔했다. 그래서일까 최 시인은 나를 호칭할 때 형님이라고 한다.
비번인 일요일, 느즈막히 일어나 노트북 앞에 앉았다. 그런데 왠걸 부팅이 안된다. 전원 키가 쏙 들어가서 튀어나오지 않는다.
노트북을 걸머지고 자전거를 타고 꽃동산 컴퓨터수리업체를 찾아갔다. 예상했던대로 '출장중'이라는 표지판이 걸린채 가게문은 굳게 잠겨있었다. 전화를 걸어 사장을 불러냈다. 나이든 노인네인데 급한 메일 보낼 것이 있다. 그런데 노트북이 고장났다. 그러니 무조건 나오라고 했다. 이럴 때 나이든 유세해보지 언제 해보냐.
한참을 가다렸다. 사장이 나왔다.
"우선은 응급처치만 해드릴테니 월요일날 나오셔서 정밀점검을 받아야 합니다. 상태가 좋지 않거던요."
그러면서 젊디젊은 사장도 최 시인처럼 내게 교육을 시켰다.'컴퓨터는 사용중에 움직이면 안됩니다. 전원이 꺼지고 10여 초 후에 움직여야 합나다.'
컴맹인 내가 그렇게 또 하나를 배웠다. 노트북을 걸머지고 갔던 길을 돠돌아 온다 . 집을 향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