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람이 말했습니다. "이제, 밥하기 싫다!"라고.
하긴 시집와서 45년 넘게 밥을 해왔으니 하기 싫을 때도 됐지요.
어느 날 집사람 입에서 '밥하기 싫다'라는 말이 새어나왔을 때
깜짝 놀랐습니다.
'클났구나. 집사람이 밥을 안하면 나는 어디가서 밥을 얻어먹노. 그렇다고 집나두고 '동가식서가숙'할 수도 없고.'
궁여지책으로 이런 방법을 쓰기로 했습니다. 근무날 이따금 집사람을 불러내어 외식을 하기로.
오늘도 청국장 시켜놓고 우리 늙은 내외 마주 바라보며 수걱수걱 밥을 먹습니다. 밥먹고 나면 집사람은 조작조작 걸어서 집으로 가고 나는 일터로 돌아갑니다.
6월, 산과 들엔 신록이 짙어만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