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격변하는 세상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7. 6. 6. 13:15

6년 전 일이었다. 초저녁이었다.

저녁을 먹고 초소 앞을 어슬렁거리는 데 울타리 밖에 아이들이 조잘대며 어디론가 가고있었다. 103, 104동에 사는 딸아이들이었다. 함께 가는 또래들 중엔 명은이도 있었다. 그때 명은이는 중학교3학년이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아이들 입술이 하나같이 빨갷다. '아항, 조것들이 오늘 학교에 연극하러 가는 모양이구나.' 그렇게 중얼거리며 빙그레 웃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게 아니었다. 요즘 아아들은 중3쯤되면 화장을 한다고 했다.

우리 때에는 여자아이들은 대학생이 되서야 화장을 했다. 그것도 새내기 1학년일때는 아주 엷게, 진하게 하면 상급생 언니들로부터 벼락을 맞는다고 했다.

세상은 여중3학년이 입술에 빨간 립스틱을 바를만큼 급변하고 있다. 대가족제가 무너진지는 까마득한 옛날이고 호주제가 없어진지도 이미 오래이다.

그러니 여중3학년짜리가 입술에 립스틱을 빨갛게 바른다고 해서 이상할 것도 없다. 격변하는 세상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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