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산병원에서였다.
오전 열시 반쯤 서관채혈대에 왼쪽 팔을 맡기고 있었다. 채혈을 하기위해서였다.
고개를 돌렸다. 주사바늘은 어른이고 아이고 다 무서운 법이다. "좀 아파요." 간호사의 말이떨어짐과 동시에 팔이 따끔했다. "아야!" 입에서는 얕은 비명이 새어나왔다.
이제 거제한쪽을 주사바늘을 뺀 팔에 붙이고, "5분 가량 손가락으로 누르고 있어요." 라고 할 간호사의 사무적인 말 하디만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내 팔에서 주사바늘을 뽑은 간호사 아가씨는 바늘을 뺀 자리에 거제 한쪽을 붙여놓고 피가 안나게 붕대로 칭칭 감아버리는 것이 아닌가. 일흔이 넘은 비쩍마른 노인네가 해야 할 5분간의 수고를 그 간호사가 덜어준 셈이었다.
나이들고 그처럼 병원을 들락거리며 채혈을 해봤지만 어느 간호사도 하지않던 1분여의 짧은 서비스를 그녀는 나이든 노인네를 배려하여 해주었던 것이다.
그녀의 1분간의 짧은 배려가 붕대를 풀어버리는 오늘까지도 지워지지 않고 가슴 한켠에 남아있는 것은 왜서일까?
그것은 분명, 은빛 파문을 일으키며 찰랑대는 잔잔한 물결때문이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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