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동창이 밝았으냐 /문경아제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7. 10. 28. 10:09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

소치는 아이는 상기 아니 일었느냐

재 너머 사래 긴 밭을 언제 갈려 하나니

 

아침, 아홉 시가 다 되어간다.

동창이 밝아온지 이미 오래다. 비번날은 늘 이렇게 늦게 일어난다. 하기사 늘 잠은 일찍 깬다. 이불속에서 빠져나오지 않을 뿐이다. 집사람도 조금 전에 이불속에서 빠져나갔다. 그렇게 건강치 못한 우리 내외는 아침이면 늘 이렇게 잠자리에서 늦게 일어난다.

부부라는 이름으로 오랜 세월 함께 살아가다보면 내외는 모습이 서로 닮아간다. 45년 동안을 우린 부부의 연으로 살아왔다. 때론 티격태격 토닥토닥 쌈질하며, 때론 셋방살이 서러움에 눈물뿌리며 살아왔다. 공부 잘 하는 딸내미 상타오면 짜장면 불러먹으며 희희낙락 웃기도 했다.

그러면서 우리 내외는 모습이 서로 닮아가고 있었다.

나이들고부터는 닮으면 안되는 아픈 것까지 닮아버렸다. 그래서 부부의 연은 하늘이 맺어준다고 했나보다.

 

오늘이 10월 28일, 이달도 이제 사흘밖에 남지않았다. 올해가 다 가지 전에 단편 한편 쓰야할 텐데 잘 될런지 모르겠다.

방안으로 들어서는 갈햇살에 눈이 부시다. 좋은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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