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유수같이 흘러가는 세월/문경아제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7. 11. 1. 09:18

 

 

 

 

 

 

 

 

 

 

 

눈을 떴다.

시월의 마지막 밤은 꿈인 듯 지나갔다.

2017년 10월 31일, 시월의 마지막 밤은 그렇게 꿈같이 지나갔다.

가을인가 했더니 어느새 11월, 계절은 만추로 접어들었다.

어제아침 출근길엔 목도리를 했다. 목이 따뜻하면 감기가 다가오지 않는다.

어느 해 겨울이었다. 예주 김영숙 시인이 얘기했다.

"아침 저녁으론 꼭 목도리 하고 다니세요!" 라고.

예주 시인은 맘이 넉넉한 여자분이다. 나보다 두 살 연상이다.

해마다 늦가을에 접어들고, 목도리를 두르기 시작할 때면 예주 시인의 그 말이 어김없이 귓전을 스쳐가곤 했다.

"목도리 두르고 다니세요!"

 

추워지니 손이 또 거칠어 지기시작한다. 나이 들면서부터 늦가을이 되면 손이 이렇게거칠어진다. 그래서 늦가을이 되고추워지기 시작하면 핸드크림을 발라야한다.

내사랑 열한 살, 일곱 살 두 손녀딸은 학교에, 유치원에 잘 다니는 지 모르겠다. 전화올 때가 되었는데 안온다.

오후엔 집사람 데리고 부석사에 한번 다녀와야겠다.

남들은 해외도 이웃드나들 듯 하는데 우리 내외는 일흔이 넘도록 가까운 일본이나 중국에도 못 가봤다. 먹고 사는 게 무엇인지.

지금쯤 환상의 가을길이라는 부석사진입로엔 은행잎 곱게 물들었겠다.

 

이제 곧 얼음이 얼고 만추는 바람처럼 사라져갈 것이다. 그리곤 겨울이 닥쳐오겠지.

저 영주중학교 울타리에 서있는 은행나무도 머지않아 곱기만 한 노란 잎새를 떨어뜨릴 것이다.

일흔한 살 문경아제의 가슴 한켠에 담아 둔 고저넉한 만추의 풍경도 계절이 바뀌면 소리소문없이 스르르 사라져갈 것이다.

세월은 흐른다. 유수같이 스리슬슬 흘러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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