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떴다.
시월의 마지막 밤은 꿈인 듯 지나갔다.
2017년 10월 31일, 시월의 마지막 밤은 그렇게 꿈같이 지나갔다.
가을인가 했더니 어느새 11월, 계절은 만추로 접어들었다.
어제아침 출근길엔 목도리를 했다. 목이 따뜻하면 감기가 다가오지 않는다.
어느 해 겨울이었다. 예주 김영숙 시인이 얘기했다.
"아침 저녁으론 꼭 목도리 하고 다니세요!" 라고.
예주 시인은 맘이 넉넉한 여자분이다. 나보다 두 살 연상이다.
해마다 늦가을에 접어들고, 목도리를 두르기 시작할 때면 예주 시인의 그 말이 어김없이 귓전을 스쳐가곤 했다.
"목도리 두르고 다니세요!"
추워지니 손이 또 거칠어 지기시작한다. 나이 들면서부터 늦가을이 되면 손이 이렇게거칠어진다. 그래서 늦가을이 되고추워지기 시작하면 핸드크림을 발라야한다.
내사랑 열한 살, 일곱 살 두 손녀딸은 학교에, 유치원에 잘 다니는 지 모르겠다. 전화올 때가 되었는데 안온다.
오후엔 집사람 데리고 부석사에 한번 다녀와야겠다.
남들은 해외도 이웃드나들 듯 하는데 우리 내외는 일흔이 넘도록 가까운 일본이나 중국에도 못 가봤다. 먹고 사는 게 무엇인지.
지금쯤 환상의 가을길이라는 부석사진입로엔 은행잎 곱게 물들었겠다.
이제 곧 얼음이 얼고 만추는 바람처럼 사라져갈 것이다. 그리곤 겨울이 닥쳐오겠지.
저 영주중학교 울타리에 서있는 은행나무도 머지않아 곱기만 한 노란 잎새를 떨어뜨릴 것이다.
일흔한 살 문경아제의 가슴 한켠에 담아 둔 고저넉한 만추의 풍경도 계절이 바뀌면 소리소문없이 스르르 사라져갈 것이다.
세월은 흐른다. 유수같이 스리슬슬 흘러만 간다.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낙엽을 쓸면서/문경아제 (0) | 2017.11.05 |
---|---|
갈수록 태산/문경아제 (0) | 2017.11.03 |
동창이 밝았으냐 /문경아제 (0) | 2017.10.28 |
안동 나드리/문경아제 (0) | 2017.10.26 |
1분간의 배려/문경아제 (0) | 2017.10.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