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갈수록 태산/문경아제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7. 11. 3. 15:05

요즘은 일이 많다.

아침 5시20분쯤 눈비비고 일어나서 30분에 자전거 타고 대문을 나선다. 죽치고 앉아 아침밥 먹을 사간이 없다. 캄캄한 새벽길 어둠을 뚫고 초소에 도착하면 6시에 조금 못 미친다.

초소에 불을 켜고 난로를 피운 뒤 순찰시계를 들고 순찰길에 나선다. 순찰을 한 바퀴 돌고 시계를 2초소에 인계해 준다. 2초소, 장 선배는 컵라면을 꺼내 들고 있다. 장 선배는 늘 그렇게 컵라면으로 아침을 때운다.

밤사이 아무렇게나 집어던지고 간 쓰레기들이 쓰레기장에 가득하다. 그 많은 쓰레기 다 정리하고 나면 7시가 거의 된다. 아침을 먹는다. 얼마전까진 컵라면으로 아침을 때웠는데 일주일 전부터 백설기를 먹는다. 떡 좋아한다고 집사람이 백설기를 아침밥으로 넣어주기 때문이다.

7시부터 8시까지 한 시간!

느긋한 시간이다. 블로그를 점검하며 어쩌다 올라오는 댓글에 답글을 달아주는 여유로운 시간이 바로 이 시간이다.

눈 지그시 감고, "복사꽃 능금꽃이 피는 내고향..." 어쩌구저쩌구 하며 노래 한 곡을 불러보는 시간도 바로 이 시간이다.

여덟시 십분부터는 바빠진다.

출근시간 교통정리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진 교통정리는 없었다. 동대표협의회장이 바뀌고 나서부터 협의회장의 지시로 교통정리를 한다. 교통정리는 8시 10분부터 5십분까지 40분동안 한다. 일흔이 넘은 노인들이 40분동안 한자리에 서있는 일도 고역이다.

교통정리는 여덟시 반까지만 하면 되지않을까. 그 시간쯤이면 아이들이 등교도 거의 하고 교통량도 뜸해지기 때문이다.

동대표회의때 어느 대표가 말했다고 한다. 겨울 혹한기엔 교통정리를 유예했다가 내년 봄부터 재개하면 어떻겠냐고.

그랬는데 동대표협의회장이 안된다고 하더란다. '혹한기엔 시간은 10분쯤 줄일 수는 있지만 유예는 안되다' 라고.

이쯤되면 회장의 권위에 감히 누가 도전을 하느냐다.

겨울 혹한기, 기온이 영하10도 이하로 급강하 해도 덜덜덜 떨어가며 교통정리하게 생겼다. 먹고 살아가자면 말이다.

 

계절은 어느새 만추에 접어들었다.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 수북하게 싸이는 낙엽을 쓰는 일도 꽤 만만찮다. 쓸고 쓸고 또 쓸어도 낙엽은 싸여만 간다. 이때의 낙엽은 가을의 낭만과 운치가 아니라 고역스런 일을 가져다주는 잎새일 뿐이다.

점심먹고 한숨 돌렸다가 오전에 하던 수도계량기 보온작업 몇 세대 더하고 공원 청소하고 네시에 순찰 한바퀴 돌고나면 낮시간은 거의 간다.

일이 갈수록 많아진다.

수도계량기 보온작업만해도 그렇다. 이러니저러니 하지만 그일은 기사가 할일이다. 기사들 할 일 없어 컴퓨터 앞에 앉을 때가 허다히 많다.

십사일반은 동료가 일이 많아 허덕일때, 나누어 지는 아름다운 짐이다. 거부해서는 안돼는 마땅히 나우어져야될 짐이다. 지금은 그 단계는 아니다.

일이 갈수록 많아진다. 해야할 일은 당연히 해야겠지만 만만하다고 떠맡기다시피하는 일은 마지못해 하는 고역일뿐이다.

갈수록 태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