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근무날 밤이면 101동 서쪽끝자락 철망앞에 붙어서서 부영아파트 불빛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멀리 떨어져 있는 부영아파트의 불빛은 아련했다.
낮이 양이라면 밤은 음이다. 낮이 살아가기 위해 일하는 시간이라면 밤은 안식과 그리움의 시간이다.
오늘밤도 부영아파트 불빛을 바라보며 작년 겨울에 짝찾아 간 딸아이를 생각한다.
"아빤, 이웃집 아저씨만큼도 못해!" 언젠가 지 어미보고 그렇게 말하더라는 딸아이를 떠올리며 빙그레 웃어본다.
아버지는 자식을 가슴에 담고 살아간다. 어미처럼 자식사랑을 겉으로 잘 드러내지 않는다. 그것이 아버지방식의 자식사랑이다.
밤 7시, 딸아이가 귀가하자면 다섯시간은 족히 있어야할 것이다. 그때쯤이면 별처럼 반짝이는 저 부영아파트의 불빛들도 거의 꺼질 것이다.
우리딸 김선아! 잘 살어려무나. 아빠가 뒤에서 밀어주고 힘보텔게 부디 잘 살어려무나.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계/문경아제 (0) | 2017.11.24 |
---|---|
일거리가 싸여있다/문경아제 (0) | 2017.11.16 |
낙엽을 쓸면서/문경아제 (0) | 2017.11.05 |
갈수록 태산/문경아제 (0) | 2017.11.03 |
유수같이 흘러가는 세월/문경아제 (0) | 2017.11.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