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안동 나드리/문경아제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7. 10. 26. 16:29

 

 

 

 

 

 

 

 

 

 

 

 

 

 

 

 

 

 

 

 

안동 나드리에 나섰다.

소풍가 듯이 맘 편하게 나서는 나드리길이 아닌 조금은 기분이 착잡은 길이다. 집사람 눈이 좋지않아 안동병원에 수술을 받으러 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좋든 착잡하든 어쨌던 나들이 길이다.

 

집사람이 이런저런 수술을 받을 때마다 뻔질나게 들락거리던 안동병원이다. 그런데도 올적마다 헷갈린다. 눈알이 팽팽돈다.어디가 어딘지 분간조차 안 된다. 물론 아니지만 어림없는 얘기지만 안동병원이 서울 아산병원보다 더 크다는 생각이 던다.

병원에 들락거릴 때는 그저 숙맥이 되어야 편하다는 게 내 지론이다. 어정쩡한 것은 물어면 해결되기 때문이다. 괜히 아는 척 하다가는 낭패보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집사람과 길을 나서면 언제나 속을 뒤집어 놓는다. 오늘만해도그렇다. 식당에 밥먹어러 가서도 밥타 올 생각은 않고 어디론가 얄랑거리고 나간다. 할 수없이 내가 집사람 몫까지 밥을 타가지고 식타에 앉아 몇 숟갈 떠고있자니 그제서야 들어온다.

어디갔다 왔느냐고 물었더니 화장실 다녀왔다고 한다. 아이들 같으면 엉덩이라도 "탁!" 걷어차고 싶다.

식당에서 초등학교 동창 해식이를 만났다. 집사람과 나, 신해식이는 문경 가은에 있었던 문양국민학교 제7회 동기생이다. 해식이는 나와 내외의 연이 이어질뻔한 친구다. 중매말이 오갔는 데 해식이가 그랬다고 한다. "아궁이에 나무 때서 밥해먹는 집에는 시집가기 싫다고."

인연이 이어지느라 그랬는지 나이 오십줄을 넘어서면서 우연찮게 해식이를 자주 만났다. 동창회에서도 만났고 이렇게 병원에서도 만났고 고향길 버스에서도 만났다.

20여 년 전 초등학교 졸업하고 처음 해식이를 만났을 땐 꼭 아가씨 같았다.

해식이는 혼자 산다고 했다. 초혼에 실패했는지 어찌되었는 지는 물어볼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러던 해식이가 5년 전쯤부터 허리가 아프다고 했다. 어쩌다 전화를 넣어보면 점점 더 아프다고 했다.

오늘 만난 해식이는 허리가 완전 구부러져 있었다. 스물 남짓해서 헤어지고 처음 만난다는 집사람과 해식이는 서로 부둥켜 안고 생 난리를피운다. 여자들은 남자보다 감정표현이 적나라하고 더 적극적이다.

 

병원은 의사가 환자를 치료하는 곳이다. 의사는 의술과 인술로 환자의 병을 치유한다.

병원은 또 이러저런 사연있는 사람들이 서로 만나는 곳이다. 병원을 찾는 모든 이들의 가슴에 포근한 갈햇살 비추어라. 살갑게 따사하게 비추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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