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지나고 열흘 후인 음력 팔월스무닷세날인 오늘이 내 생일이다.
어젯밤에 경기도 안양에 사는 큰아들 내외가 두 손녀딸과 함께 내려왔다. 평택 사는 막내 아들은 근무때문에 못온다고 한다. 조금 있으면 애물단지 딸아이가 올것이다.
해마다 생일상은 딸아이가 차렸다. 딸아이는 생일 전 날 늦은 밤까지 톡톡 칼질해 가며 지지고 볶고 하며 상을 차리곤 했었다. 그런 딸아이가 참으로 대견했다. 고마웠다.
박서방도 막내처럼 근무와 겹쳐 못온다고 한다.
젊은날, 살아가기 바쁘기만 했던 젊은날은 언제 생일이 지나갔는지도 모르고 살았다. 요즘처럼 그 흔하디 흔한 케익 하나도 자르지 못하고 생일은 지나가곤 했다.
며칠이 지난 후에야 떠오르곤 했다. '아, 그날이 생일이었구나. 미역국에, 밥그릇에 하얀 쌀밥 가득이 담아 상에 올려지고 꽁치 구운 것이랑 이런저런 맛있는 반찬이 상위에 올라오던 그날이 바로 내생일이었구나.' 라고. 왜 아내는 말해주지 않았을까?
이제 곧 딸아이가 도착하면 상은 차려질 것이다.
나는 아내와 함께 일흔한 살 생일상을 받을 것이다. 여덟시가 넘었다. 배가 고프다.
딸아이를 기다린다. 우리집 애물단지 딸아이가 도착하기를 기다린다. 지금쯤 부영아파트를 출발했겠지.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안동 나드리/문경아제 (0) | 2017.10.26 |
---|---|
1분간의 배려/문경아제 (0) | 2017.10.19 |
팔월 열여드레 새벽달/문경아제 (0) | 2017.10.07 |
진수성찬을 차려라/송영희 (0) | 2017.10.01 |
우째 이런일이/문경아제 (0) | 2017.09.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