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잘못됐다/문경아제 저녁 여섯시가 조금 못미쳐 집에들어왔더니 집사람이 그랬다. 나선김에 마트에 가서 식빵좀 사오라고. 투덜투덜 거리며 마트로 향했다. 식빵 한 봉과 건빵 한 봉지를 함께 샀다. 건빵은 '추억의 건빵' 이라고 상표가 새겨져있었다. 건빵의 가격은 1600원이었다. 이처럼 소비자가 상품을 구.. 수필 2018.02.19
딸아이.2/문경아제 설날 오후에 딸아이와 함께 들린 박서방이 봉투 하나를 건네주고 가드라고 집사람이 말했다. 밤열시에 톼근했더니 집사람이 돈 10만을 나눠졌다. 봉투속에들어있는 돈 20만 원중 10만 원을 나눠준다고 했다. 해마다 딸아이는 설이면 그렇게 봉투 하나를 건네주곤 했다. 사는 게 그리 넉넉.. 수필 2018.02.19
아 소백산/문경아제 어젯밤엔 눈이 흩날렸다. 눈은 그렇게 흩날리다 그쳤다. 아침에 바라보는 소백의 영봉은 하얀 눈으로 덮혀있었다. 평지엔 눈이 흩날리다 그쳤지만 높은 산 소백산엔 눈이 제법 내렸나보다. 소백산은 계절따라 옷을 갈아입는다. 봄엔 철쭉꽃 연분홍빛 옷으로, 여름엔 싱그러운 녹색 치마.. 수필 2018.02.12
잠자는 권리는 보호할 가치가 없다/문경아제 영주의 오늘아침 기온은 영하14도(08시기준)였다. 체감온도는 영하16도는 될성싶었다. 3초소에서 인터폰으로 연락이 왔다. 어제, 직원회의 때, 7일부터 아침교통정리를 하라고 소장이 지시를 하였다고 하니, 말 듣기 전에 우리조는 오늘아침부터 교통정리를 하자고 했다. 2초소 배 선배하고.. 수필 2018.02.06
허리병1/문경아제 어제는 허리가 아파서 고생을 했다. 초소에 앉아 있으면 괜찮았지만 걸어다니거나 일을 하면 허리가 뒤틀리고 아파서 아주 고생을 했다. 무거운 물건을 들어야 하는 일이 없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허리병은 문화병이다. 허리병은 종일 책상머리에 앉아서 일을 하는 사무직들이 많이 걸.. 수필 2018.02.01
우리라는 공동체/문경아제 비번인 오늘도 초소에 쭈구려 앉아 근무를 한다. 2초소 김희동 씨가 오늘 낮에 볼일이 있다며 대무를 해달라고 부탁했기 때문이었다. 2005년 5월, 아파트에 처음 일하러 왔을 땐 우리 아파트엔 상부상조相扶相助라는 것이 있었다. 오늘, 희동 씨처럼 무슨 볼일이 있을 땐 이초소 저 초소에.. 수필 2018.01.28
그래도 얼어죽지는 않는다/문경아제 어제 오후, 추위가 좀 누그러지기까지 근 일주일을 엄청나게 추웠다. 추위는 지난 20일 대한(大寒)이 지난 며칠뒤부터 맹위를 떨치기 시작했다. 계속되는 추위에, 뒷배란다 배수관이 얼어붙는 세대가 속출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하수물이 역류하는 곳이 발생하곤 했다. 운사나운 날이면 .. 수필 2018.01.28
노동의 댓가/문경아제 쉼터 앞에 쌓인 가랑잎을 쓴 뒤 지하주차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그곳도 마찬가지다. 가랑잎이 너저분하게 널려있다. 스륵스륵 비질을 한다. 먼지가 자욱하다. 쓰레기장으로 이동한다. 이번에는 분리수거다. 두어 시간 전에 나와 봤는데 쓰레기로 빼곡하다. 되나마나 막 버린 쓰레기들도 .. 수필 2018.01.25
혹한(酷寒)/문경아제 벌써 며칠째를 강추위가 엄습해오고있다. 추운 정도가 아니라 얼어죽을 것만 같다. 아침에 출근해서 초소 벽에 걸려있는 온도계를 쳐다보았더니 눈금은 ―3을 가리키고 있었다. 순찰 한 바퀴돌고 감지기시계를 2초소에 인계하고 초소에 들어오니 코가 따끔거렸다. 춥다. 너무 춥다. 추위.. 수필 2018.01.25
겨울의 끝자락1/문경아제 하늘이 엄청 파랗다. 가을하늘이었다면 멋스러웠을 텐데, 겨울하늘이라 차게 보인다. 차게 보인다는 것은 마음이 그렇게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똑 같은 파란 하늘인데 왜 봄엔 포근하게, 여름엔 시원하게, 가을엔 아련하게 보이는 것일까? 그것은 마음이 그렇게 지어낸다는 것, 즉 불가(.. 수필 2018.0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