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겨울의 끝자락1/문경아제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8. 1. 23. 11:39

 

 

 

하늘이 엄청 파랗다.

가을하늘이었다면 멋스러웠을 텐데, 겨울하늘이라 차게 보인다. 차게 보인다는 것은 마음이 그렇게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똑 같은 파란 하늘인데 왜 봄엔 포근하게, 여름엔 시원하게, 가을엔 아련하게 보이는 것일까?

그것은 마음이 그렇게 지어낸다는 것, 즉 불가(佛家)에서 말하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원리에서 기인 할 것이다.

소백산엔 눈이 하얗게 내렸다. 우리가 잠자는 사이, 간밤에 내린 모양이다.

젊은 날엔 눈덮인 소백산에 올라 설경에 취해보기도 했다. 낭만에 젖어보기도 했다.

칼바람이 불어 온다. "윙윙!" 울며 내몰차게 불어 온다. 지상의 모든 것을 날려버릴 듯 기세등등하게 불어온다.

닭이 울면 새벽이 온다고 했다. 칼바람이 무섭게 불어와도, 날씨가 매섭게 추워도, 대한(大寒)이 지났다. 머지않아 설을 쇨 것이고 봄은 설 뒷꿈치를 따라 올 것이다.

바람도 추위도 안간힘을 쓴다. 겨울의 끝자락을 붙잡고 늘어진다. 물러가지 않으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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