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 앞에 쌓인 가랑잎을 쓴 뒤 지하주차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그곳도 마찬가지다. 가랑잎이 너저분하게 널려있다.
스륵스륵 비질을 한다. 먼지가 자욱하다.
쓰레기장으로 이동한다. 이번에는 분리수거다. 두어 시간 전에 나와 봤는데 쓰레기로 빼곡하다. 되나마나 막 버린 쓰레기들도 꽤나 많다. 그 많은 쓰레기 다 정리하고 공원 한 번 돌아보니 후딱 두 시간이 지나갔다.
춥다. 어지간히 춥다. 콧물이 뚝뚝 떨어진다. 초소에 들어와 언 몸을 녹인다.
이렇게 한달에 보름동안 고생하면 그 다음 달 집사람과 나, 늙은 우리 내외가 웃을 수 있다. 남의 집에 돈 꿔러 가지 않아도 된다. 큰 돈은 아니지만 아쉬운대로 우리 두 식구 사는데는 지장없다.
그것이다. 쉰아홉부터 하기 시작한 경비원을 일흔에 귀 하나가 붙은 이 나이까지 그만두지 못하는 이유가. 어떤 동료는 적금이 끝날 때까지 경비원을 하겠다지만, 나는 먹고살려고 경비일을 하는 생계형 경비원이다. 그렇다고 당장 그만둔다해서 굴뚝에 연기가 안 나는 것은 아니다. 더 늙어지기까지 조금은 대비하자는 것이다.
다섯시가 넘었다. 퇴근시간이 다섯시간 앞으로 다가왔다.
시간은 참 빨리 간다. 그래서 늘 이팔청춘에 머물러 있을 줄 알았던 내가, 일흔을 훌쩍 넘겼나보다.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라는 공동체/문경아제 (0) | 2018.01.28 |
---|---|
그래도 얼어죽지는 않는다/문경아제 (0) | 2018.01.28 |
혹한(酷寒)/문경아제 (0) | 2018.01.25 |
겨울의 끝자락1/문경아제 (0) | 2018.01.23 |
코피가 터지다/문경아제 (0) | 2018.01.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