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태어나자 세살배기 딸아이는 엄마품을 동생인 아기에게 양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딸아이가 안쓰러워 난 딸아이를 건사하기 시작했다. 잘때도 딸아이를 품고잤고, 쉬는 날 놀러다닐때도 왠만하면 아이를 데리고 다녔다. 딸아이는 그렇게 세살적부터 아빠품에서 자랐다.
딸아이가 초등학교3학년이 지나고 4학년이 넘어서자 조금씩조금씩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5학년이 되자 아빠 근방에는 얼씬조차하지 않았다.
밤8시, 퇴근시간이 두시간 앞으로 다가왔다.
오늘밤도 708동 화단 끝자락 철망에 붙어서서 부영아파트에서 새어나오는 불빛을 바라본다.
요즘은 방학이 되어서 학원도 일찍 수업을 마친다고 한다. 어쩌면 강의를 끝낸 딸아이가 이 시간쯤엔 집으로 돌아갈지도 모른다.
오늘밤도 부영아파트에서 새어나오는불빛은 아련하고 은은하다.
부모는 젊을땐, 자식을 가슴에 품고 살아가지만 나이들면 자식을 그리며 살아간다. 늙었다는 증표다.
하늘이 흐려 별도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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