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출근길1/문경아제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8. 1. 17. 10:34

새벽 5시 20분 알람벨이 운다. 일어나지 않고 버텼지만 5분 뒤에 다시 울어대는 벨소리에 어쩔 수 없이 일어났다.

주섬주섬 옷을 줏어입고 가방을 둘러맸다. 집사람은 자는지 깨어났는지 오리무중이다. 모르긴해도 깨어났을 것이다.

요즘 며칠을 집사람은 지독한 감기에 걸려 고생하고 있다. 병원에 다녀왔지만 잘 낫지를 않는다. 겨울방학때 다녀간 두 손녀딸이 집사람에게 감기를 옮아주고 갔다. 먹이고, 입히고, 또 재우고 그렇게 두 손녀딸 건사하다가 집사람은 감기에 걸리고 말았다. 두 손녀딸이 할머니를 바라보고 기침을 하고 재채기를 해댔기 때문이었다.

"갔다올게!"

누워있는 집사람 머리맡에다 대고 인사를 건네고 현관을 나와 대문을 나섰다.

비가 내린다. 어둑어둑한 새벽하늘에서 추즐추즐 비가 내린다.

겨울에 비가 내리는 것은 날이 눅다는 것이다. 지난 5일이 일년 중에서 가장 춥다는 소한(小寒)이었다. 그 춥다는 소한이 지나간지 열흘이 넘었으니 추위도 한고비는 넘었다. 대한추위가 남았다지만, '대한이 소한 집에 놀러가서 얼어죽었다드라' 말이 전해오는 것처럼  예로부터 대한추위는 경계대상이 아니었다.

조그만 우산을 쓰고 자전거를 타고 가자니 옷이 반은 젖는다. 우산이 크면 옷은 안 젖겠지만 앞이 잘 보이지 않아 위험하다. 그래서 비오는 날 자전거를 탈 땐, 옷이 좀 젖더라도 꼭 작은 우산을 쓰고 다닌다.

비가 내려서일까 길이 무척 미끄럽다. 넘어지면 큰일이다. 얼음 위를 걷듯 조심 또 조심하며 자전거를 타고간다.

초소에 도착했다. 난로를 피우고 젖은 옷을 말린다. 옷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꼭 봄날 파란 보리밭골에 피어나는 아지랑이 같이 포근하고 아늑하다.

보리밭골에 숨어서 알을 품고 있던 암꿩이 인기척에 놀라 "푸드득!" 하고 날아오르는 환상에 사로잡힌다.

젖은 옷이 거의 다 말라간다. 온도계 눈금이 영상 13도를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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