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피가 터지다/문경아제 어젯밤, 열시가 조금 넘어 샤워를 했다. 자기 전에 따근한 물로 샤워를 하고나면 그 뒷맛이란 바로 날아가는 기분, 그것이었다. 샤워가 거의 끝날무렵 코가 건질거렸다. "팽!" 하고 코를 풀었다. 그랬더니 젠장 코피가 터졌다. 터진 코에서는 피가 뚝뚝 떨어져내렸다. '에그, 하루 이틀 고생.. 수필 2018.01.21
잃어버린 소리들/문경아제 보(洑)는 논에 물을 대기 위하여 강에 둑을 쌓아 물을 가두어 두는 것을 말한다. 못자리를 하기 전부터 보를 하기 시작하면 가뭄이 심할 때는 온 여름 내내 보 보수가 잦곤했다. 지금이야 시골 어느 마을을 가든지 엠프시설이 안 된 마을이 없고, 집집마다 전화가 없는 마을이 없다. 그러나.. 수필 2018.01.20
부모마음/문경아제 동생이 태어나자 세살배기 딸아이는 엄마품을 동생인 아기에게 양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딸아이가 안쓰러워 난 딸아이를 건사하기 시작했다. 잘때도 딸아이를 품고잤고, 쉬는 날 놀러다닐때도 왠만하면 아이를 데리고 다녔다. 딸아이는 그렇게 세살적부터 아빠품에서 자랐다. 딸아이.. 수필 2018.01.20
출근길1/문경아제 새벽 5시 20분 알람벨이 운다. 일어나지 않고 버텼지만 5분 뒤에 다시 울어대는 벨소리에 어쩔 수 없이 일어났다. 주섬주섬 옷을 줏어입고 가방을 둘러맸다. 집사람은 자는지 깨어났는지 오리무중이다. 모르긴해도 깨어났을 것이다. 요즘 며칠을 집사람은 지독한 감기에 걸려 고생하고 있.. 수필 2018.01.17
품격(品格)/문경아제 707동 앞에서 이웃 동에 살고있는 엇비슷한 일을 하고있는 선배 부인을 만났다. 거의 동시에 선배 부인도 나를 보았다. 우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를 나누었다. 선배 부인의 손에는 큼직한 종이상자가 들려있었다. 종이상자 안에는 여성용 외투가 들어있는 것 같.. 수필 2018.01.13
쓰레기분리수거/문경아제 오늘부터 종량제규격봉지에 넣지않은 쓰레기는 일절 수거하지 않는다고 청소차운전기사가 통보하고 갔다. 지금까지 별탈없이 잘 가져갔는데 해도해도 너무하니까 시당국에서 특단의 조치를 내린 모양이다. 그렇다. 우리 아파트만 해도 분리수거가 잘 이뤄지지 읺는다. 쓰레기종량.. 수필 2018.01.11
눈이 내렸다.1/문경아제 자고 났더니 또 눈이 내렸다. 오늘까지 근 나흘을 자고나면 눈은 왔다가곤 했다. 오늘 근무자는 눈치느라 고생 좀 했겠다. 밤새 내린 눈은 아파트경비원에게는 반갑잖은 불청객이다. 밉상이다. 새벽같이 출근한 경비원에게 눈치는 일은 고역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불청객이라지만 경비원.. 수필 2018.01.10
눈이 내렸다/문경아제 간밤에 눈이 내렸다. 적설량은 많지 않지만 온천지가 하얗다. 사람을 살리는 산 소백산 주봉, 비로봉은 좌우에 흰눈으로 가득 덮인 열하나의 봉우리를 거느리고 묵묵히 서 있다. 겨울산은 눈으로 덮여있어야 제격이다. 겨울산에 눈이 없다면 밋밋하기 그지없다. 생각해보라. 잎이 죄다 떨.. 수필 2018.01.09
추임새/문경아제 소리꾼이 창을 부를 때 고수는 북채를 휘어잡고, "따닥 둥!" 북을 두드리며, "얼씨구", "그렇지","잘한다" 라고 외친다. 추임새다. 고수는 그렇게 추임새를 외치며 흥을 북돋운다. 고수의 추임새는 양념이다. 반찬에 고추가루나 깨소금 같은 양념이 들어가지 않으면 제대로 맛을 낼 수 없다. .. 수필 2018.01.07
선비는 얼어죽을지언정 결코 겻불은 쬐지 않는다/문경아제 '선비는 얼어 죽을지언정 결코 겻불은 쬐지 않는다'라고 했다. 겻불은 겨를 태우는 불이다. 겨를 태우는 불이기에 장작불처럼 화력이 세지 않고 미미하다. 옛날, 추운 겨울날 사람들이 죽 둘러서서 길가에 피워놓은 겻불을 쬐며 몸을 녹이고 있을 때 지나가던 선비가 들어섰다 하자. 그러면 신분이 낮은 평민들은 뒤로 몇 발짝 물러서지 않겠는가. 선비는 의도했던 안 했던 몸을 녹이려고 겻불을 쬐고 있던 평민들의 안식을 방해한 것이다. '선비는 얼어죽을지언정 결코 겻불을 쬐지 않는다!' 란 말은 선비의 허세를 비아냥대는 것이 아닌, 선비의 품성과 갖춰야 할 도덕적 덕목을 일컫는 말이다. 문인은 현대판 선비다. '선비는 얼어 죽을지언정 결코 겻불을 쬐지 않는다' 란 말은 문인이라면 가슴에 담고 살아가야 될 명언이란 생.. 수필 2018.0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