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 눈이 내렸다. 적설량은 많지 않지만 온천지가 하얗다. 사람을 살리는 산 소백산 주봉, 비로봉은 좌우에 흰눈으로 가득 덮인 열하나의 봉우리를 거느리고 묵묵히 서 있다.
겨울산은 눈으로 덮여있어야 제격이다. 겨울산에 눈이 없다면 밋밋하기 그지없다. 생각해보라. 잎이 죄다 떨어져 가지만 앙상한 나목사이로 바람소리만 윙윙 들려오는 겨울산을 한 번 생각해보라! 이는 마치 사랑없이 몸만 만나 부부생활을 하는, 삭막하고 무미건조한 내외지간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교훈이다. 겨울의 소백산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다. 하얀 눈으로 가득 덮인 한겨울의 소백산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을 어리석은 우리 인간들은 알기나 하려는지 모를일이다.
큰길엔 시청에서 염화칼슘을 뿌려 눈이 녹았으나 이면도로와 골목길엔 그대로 쌓여있다. 쌓인 눈은 차와 사람이 밟고다녀 빙판이 져있다. 조심조심 살얼음 위를 걷듯이 자전거를 타고간다.
눈이 내렸으니 오늘도 아침부터 일이 많겠다. 그러나 어쩌라. 아파트는 나이든 내가 살아가는 삶의 터전인 것을.
"젊을 땐, 겨울에 눈이 내리면 왠지 좋기만했는 데, 나이들고 보니 걱정부터 앞선다우."
김정애 시인의 말을 떠올리며 빙그레 웃어본다. '그래, 넘어지지 않게 조심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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