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리끼리/문경아제 초록(草綠)은 동색(同色)이다. 이는 비슷한 사람들은 비슷한 사람들끼리 상종(相從)한다는 뜻이다. 유유상종(類類相從)이 동의어(同義語)이다. 해서 일도, 노는 것도 비슷한 사람끼리, 끼리끼리한다. 세상은 그렇게 돌아간다. 신분이나 외형을 중시하는 사람들은 그들끼리, 지연이나 학연.. 수필 2018.10.17
중추(中秋)의 하늘/문경아제 하늘이 맑고 곱다. 가을하늘이 저리 맑고 고와서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라고 했나보다. 서울에 살고있는 고향 벗에게 영주의 맑고 높은 하늘 자랑 좀 하려고 전화를 걸었더니 운행중이라고 했다. 혼자보기 아까운 하늘이다. 새벽 5시 30여 분, 출근길은 추웠다. 올가을들어 첨으로 .. 수필 2018.10.12
퇴근길6/문경아제 퇴근시간이 15분 앞으로 다가왔다. 창문을 닫고, 수신기를 점검하고, 경비일지와 순찰기를 제자리에 두고, 혹시나하고 전열기기를 살펴봤지만 이상이 없다. 10시가 되면 소등하고 문잠궈고 자전거에 올라앉으면 신바람이 날것이다. 좋아서 콧노래가 나올 것이다. 직장인에게 하루종일 어.. 수필 2018.09.16
더위가 조금 물러섰다/문경아제 어젯밤엔 옥상에 올라가지 않았다. 후덥지근 푹푹, 삶아되는 찜통더위를 견디다못해 밤이면 옥상에 올라가곤 했었는데 어젯밤엔 올라가지 않았다. 더위가 조금 물러섰기 때문이었다. 올여름은 유난스레 더웠다. 영천 어딘가에서는 40.3도라는 기록적인 폭염이 찾아오기도했다. 어젯밤도 .. 수필 2018.08.08
나목(裸木)1/문경아제 며칠전 오후였다. 초소에 쭈구려 앉아서 쉬고 있는데 폰이 울렸다. 집사람에게서 온 전화였다. '또, 무슨 잔소리를 하려나!' 생각을 하며 전화를 받았다. "나뭇가지를 조로케 싹뚝 짤라버렸으니 새가 안 오지. 내가 새라캐도 안오겠다. 새들이 놀러왔다가 앉아서 쉬었다 갈 가지가 없어졌.. 수필 2018.06.24
우리 집 매실나무/문경아제 창문너머로 매실나무가 보인다. 저 매실나무는 1998년쯤에 심었던 것 같다. 그러고보니 저 매실나무가 우리 가족과 함께 연을맺은지도 20년이 되었다. 나이들어 몸도 약해졌고 귀찮다는 생각이 들어 관리를 잘 하지 않았더니 수형도, 수세도 말이 아니다. 어느 해, 봄 흐드러지게 매화꽃이 .. 수필 2018.06.11
오동개비/문경아제 말은 사회적 약속이다. 어머니를 어머니라고 부르는 것은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그렇게 부르자고 약속을 하였기 때문이다. 손가락 걸고 하는 첫사랑의 맹세처럼 낭만적 약속이 아닌 묵시적, 관습적 약속이다. 오동개비는 땟국물이 주르르 흐를 것 같은 지저분한 물건을 지칭하는 말이다... 수필 2018.04.21
아버지1/문경아제 근무날 밤이면 시집간 딸아이가 보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면 딸아이가 살고있는 부영아파트 불빛을 바라다봅니다. 멀리 서쪽 산아래, 부영아파트에서 새어나오는 불빛을 바라보며 딸아이를 생각합니다. 아들딸 낳고 길러 시집장가 보내다보니 어느새 훌쩍 고희의 나이를 넘겼습.. 수필 2018.04.16
모험 없이는/김진이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바람의 노래를 들아라」를 쓸 때 무척 고생했다. 시간이 부족할 뿐더러 어떻게 써야 할지 가늠조차 못했다. '아마 이럴 것이다.' 라는 어림짐작으로 소설 비슷한 것을 몇 달간 썼는데 읽어 보니 재미가 없었다. '이래서는 아무짝에도 못 쓰겠다. 내가 느낄 정.. 수필 2018.04.07
가실목고개/문경아제 가실목고개를 넘어가면 외갓집이 있었다. 큰외갓집은 고개아래 가실목동네에, 작은외갓집은 농암국민학교 바로 교문앞에 있었다. 가실목고개는 경북 문경시 농암면 농암1리와 가은읍 전곡3리 웃물미 사이에 있는 고개이다. 어릴적, 과자가 먹고싶을때면 슬그머니 농암국민학교앞에서 .. 수필 2018.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