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너머로 매실나무가 보인다.
저 매실나무는 1998년쯤에 심었던 것 같다. 그러고보니 저 매실나무가 우리 가족과 함께 연을맺은지도 20년이 되었다.
나이들어 몸도 약해졌고 귀찮다는 생각이 들어 관리를 잘 하지 않았더니 수형도, 수세도 말이 아니다.
어느 해, 봄 흐드러지게 매화꽃이 만발했을 때, 우리 집 매화꽃은 참으로 볼만했다. 지나가는 행인들이 사진을 찍어려고 폰을 들이대곤 했다. 밤엔 프레시가 번쩍거렸다.
그해 매실을 15kg이나 수확했다.
그때가 우리 집 매실나무의 전성기였다.
길가는 사람들이 자기들끼리 이렇게 말하드라고 집사람이 일러졌다. "매실이 왜 저 모양이노. 마구 쭉쨍이네!"
쭉쨍이는 쭉정이의 경상도사투리다.
이글을 쓰는 도중에도 행인들이 주고받는 얘기가 내 귀에 들려왔다. 나이 지긋한 두 할머닌 듯,
"매실이 왜 저 모양이노. 약을 안쳐 저러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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