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바람의 노래를 들아라」를 쓸 때 무척 고생했다. 시간이 부족할 뿐더러 어떻게 써야 할지 가늠조차 못했다. '아마 이럴 것이다.' 라는 어림짐작으로 소설 비슷한 것을 몇 달간 썼는데 읽어 보니 재미가 없었다. '이래서는 아무짝에도 못 쓰겠다. 내가 느낄 정도니 독자는 더욱 그렇겠지?' 자신은 재능이 없다는 생각에 힘이 쭉 빠졌다.
한데 다시 생각해 보니 처음부터 잘할리 없었다. 그는 느낀 것을 자유롭게 적기로 했으나 방법이 문제였다. 그래서 '평범하지 않는 것'을 시도했다. 그는 우선 영어로 문장을 썼다. 아는 단어가 한정돼 문장이 짧아졌다. 가능한 내용을 단순하게 바꾸고 군더더기를 깎아 냈다. 그러길 반복하자 언어나 표현이 한정적이어도 조합에 따라 제법 멋진 문장이 탄생했다. 괜히 어려운 말을 늘어놓지 않아도 글을 쓸 수 있었다.
그는 이번엔 영어로 쓴 문장을 다시 일본어로 번역했다. 그러자 자신만의 개성이 살아났다 문체가 훨씬 생동감이 있었다. '아! 이런 식으로 일본어를 쓰면 되겠구나.' 순간 시야가 활짝 열린 것을 느꼈다.
그는 글을 쓸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시험해 보는 것이 작가의 권리라고 여긴다. 유명 작가가 된 지금도 그런 모험이 없이 새로운 것은 탄생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위 글은 한화생명에서 발행하는 '좋은생각' 2016. 08호에서 모셔왔습니다.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동개비/문경아제 (0) | 2018.04.21 |
---|---|
아버지1/문경아제 (0) | 2018.04.16 |
가실목고개/문경아제 (0) | 2018.03.28 |
나무의 눈물/문경아제 (0) | 2018.03.26 |
벌들이 살판났다/문경아제 (0) | 2018.03.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