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나무의 눈물/문경아제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8. 3. 26. 12:45

 

 

 

 

 

수일전에 산수유나무가 꽃을 피웠다.

꽃은 자고나니 피어있었다.

안쓰러웠다. 꽃을 피우긴 했는데 나무가 너무나도 안쓰러웠다.

작년 늦가을에 누군가가 전지를 했다. 심했다. 톱날을 너무 심하게 들이댔다. 이가지 저가지가 마구 짤려나간 나무는 앙상했다. 강전지를 해버린 것이었다.

산수유꽃은 무리를 이루어 피어야 제격이다.

숨붙을 만큼 두고 마구 짤려져나간 가지들! 앙상해진 나무에서 꽃이 핀들 곱고 아름답겠는가?

그대는 보았는가? 누이 가지, 오라비 가지를 잃고 남아있는 가지들이 흘리는 산수유나무의 눈물을 그대는 보았는가? 나는 보았다. 형제자매를 잃어버리고 서럽게 떨구는 산수유나무 가지들이 흘리는 아침이슬보다 더 맑고 고운, 하얀 눈물을, 나는 보았다.

나무는 재생력이 강하다. 가지가 마구 짤려나간 나무들이 살아만 준다면 세월이 해결해줄 것이다. 앙상한 나무에 형제자매를 태동시키고 봄이면 노란 꽃이 피어나게, 세월이 해결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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