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근무날 밤이면 101동 끝자락 철망 앞에 붙어서서 부영아파트에서 흘러나오는 불빛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멀리에서 바라보는 불빛, 부영아파트에서 새어나오는 불빛은 아련했다.
낮이 양陽이라면 밤은 음陰이다. 낮이 살아가기 위해 일하는 시간이라면 밤은 안식安息과 그리움의 시간이다.
오늘밤도 부영아파트의 불빛을 바라보며 작년 겨울에 짝찾아 간 딸아이를 생각한다.
"아빤, 이웃집 아저씨만큼도 못해!" 언젠가 지 어미보고 그렇게 말하더라는 딸아이를 떠올리며 빙그레 웃어본다.
아버지는 자식을 가슴에 담고 살아간다. 어미처럼 자식사랑을 겉으로 잘 드러내지 않는다. 그것이 부정父情,아버지표 자식사랑이다.
밤일곱시, 딸아이가 귀가하려면 다섯시간은 족히 있어야 할 것이다. 그때쯤이면 별처럼 반짝이는 저 부영아파트의 불빛도 거의 꺼질 것이다.
우리 딸, 감선아. 잘살어려무나. 건달인 아빠가 물질적으로 보태주지는 못한다만 뒤에서 마음으로라도 밀어줄게 부디 잘 살어려무나.
언젠가 동갑내기 블친, 강촌이 말했다. '아제는 딸내미가 있어 좋을 거라고.'
"구구구구 구구구구!"
산비둘기가 운다. 저 산비둘기도 자식 그리워 우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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