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새들의 합창/문경아제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8. 3. 14. 11:46

"갔다올게!"

5시 30분, 잠깨어 누워있는 집사람에게 인사를 건네고 가방을 둘러메고 집을 나선다.

굴다리지하보도를 지나고 궁전맨션을 돌아 남산초등학교 뒤를 자전거는 달려간다.

큰길을 건너 뛴 자전거는 선사유적지先史遺跡地 앞에 다다른다.

"호르르르, 찌루루우, 띠띠삐이, 쪼로로록 쪼로록!"

마을 앞산에서 새들이 운다.

새벽같이 일어나 목청 가다듬고 맑고 곱게 울어대는 온갖 새들은 가장 부지런한 생명체 중의 하나일 것이다.

대부분의 새들은 먼동이 트면 울기 시작해서 해가 지고 어둑어둑해지면 울음을 그친다.

그러나 밤새워 울어대는 새들도 있다. 소쩍새와 산비둘기, 올빼미와 부엉이 같은 야행성조류夜行性鳥類이다.

새들의 울음소리만큼 곱고 맑은 소리를 내는 생명체가 있을까?

없을 것이다.

"내 목소리 곱나?"

"그래그래, 니 목소리 곱다. 아주아주 곱다. 호르르르!"

새들은 그렇게 서로를 치켜세우며 신바람나게 울어댄다.

아침에 우는 새는 배가고파 운다고 하지만 목소리가 저리 고운것을 보면 반드시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야행성 조류 중 소쩍새는, "소쩍소쩍 솟솟쩍" 울고, 부엉이는 "부엉부엉" 하고 음흉하게 울며, 올빼미는, "우후후후후우!" 소름끼칠만큼 으스스하게 운다.

아침이 열린다. 새들의 노래소리와 함께 봄날아침이 열린다.

새들의 울음소리와 함께 하루가 가고 세월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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