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골목대장노릇을 하던 초등학교 시절이었다. 아랫담에 서너살쯤 적은 종구라는 아이가 있었다.
어느 날 골목길에서 한데 어울려 놀던 종구가 말했다. "차는, '오라이' 힘으로 간대이!" 종구의 말이 떨어지자말자 동무들은 깔깔대며 웃었다.
'오라이(all right)' 는 일본식 조어造語다. 일본식 영어라는 얘기다. 미영美英의 본토를 떠난 영어가 타국객지에서 그렇게 고생을 하고 있었다.
모두들 웃어제쳤지만 종구의 그 말은 틀린 말은 아니었다. 차가 후진할 때 운전수는, "오라이, 오라이!" 라고 외치는 조수의 손끝을 보고 차를 후진시키기 때문이다.
옛날, 요즘 말로 치자면 안내양격인 여차장이 버스 조수로 일하던 시절 손님이 탑승하면 여차장은, "오라이!" 하며 차문짝을 손바닥으로 탁탁 두드려댔다. 여차장이 두드려대는 소리를 신호로 버스는 출발을 하곤 했다.
그러니 종구의 그 말은 백번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버스나 트럭, 택시 같은 자동차는 휘발유나 경유를 에너지로 하여 차를 움직인다. 요즘은 전기자동차도 있지만 아직까지 상용화되지는 못했다.
자동차가 이렇게 휘발유나 경유 같은 액체연료나 전기를 에너지로 삼아 움직이는 것처럼 내가 살아가는 힘의 원천은 우리 집 예쁜 두 손녀딸이다.
나는 열두살인 초등학교 5학년, 큰 손녀딸 신우와 며칠전 초등학교 일학년에 입학한 여덟살짜리 막내손녀딸 시우를 바라보고 살아간다.
신우는 그림을 잘 그리고 리코더를 잘 분다. 글도 잘 쓴다. 그기다가 키도 크고 아주 예쁘다. 그래서 반에서는 인기 만점이다.
꼬맹이 시우는 특기가 떼쟁이다. 떼쓰는덴 일등이다.
그런 떼쟁이지만 요즘들어서는 글씨도 잘 쓰고 책도 제법 읽는다.
전엔 할아버지 전화받아라고 하면 도망갔는데 요즘은 전화도 곧잘 받는다.
사는 게 힘들거나 지쳐버릴 때도 두 손녀딸 떠올리면 빙긋 웃음이 지어진다.
우리 집 예쁜 두 손녀딸 신우와 시우는 분명 하늘이 내게 내려주신 소중한 보물寶物이다. 어린 천사다. 나이든 내가 쓰러지지 않게 등을 받쳐주는 버팀목이고 움직일 수 있게 하는 동력의 축이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제게 사랑스런 예쁜 두 손녀딸을 내려주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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