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골목길/문경아제

하늘과 바람과 별시 2018. 2. 27. 10:46

 

 

 

애노가 짖는다.

"컹, 컹!" 애노가 짖는다.

애노는 두 집 건너에 살고있는 이웃집 개다.

원조 애노는 작년 여름에 집앞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하늘나라로 올라갔고 지금 짖는 개는 이대 애노다.

우리 동네 아침은 개짖는 소리로부터 열린다.

주택가 골목길이란 아이들 우는 소리, 쌈하는 소리, 개짖는 소리로 시끌벅적해야 한다. 꼬맹이가 통 통 통 뛰어다니고, 느릿느릿 걸어시는 할아버지 할머니 모습이 보여야한다. 그래야 골몰길다운 골목길이다.

아침이라 그런지 개짖는 소리만 들릴뿐 조용하기 그지없다.

몇년 전만해도 아이들이 숨박꼭질 하던 풍경을 골목길에서 민나볼 수 있었는데 요즘들어서는 볼수가 없다.

시대가 격변한다. 스마트폰 끼고 오락에 빠져버린 아이들은 숨박꼭질 같은 놀이는 까마득히 잊어버렸는지도 모를 일이다.

애달픈 일이다. 해맑은 아이들이 스마트폰의 노예가 되어가는 모습은 생각만해도 애달픈 일이다.

그러나 어쩌랴. 그것이 시대의 흐름인 것을. "콰르르 콸콸!" 요란한 천둥소리 내며 도도히 흘러가는 격량의 물주기인 것을, 어쩌란 말이냐.

"일 이 삼 사 오 유욱~

찾는다아!"

술래에게 들킬까 봐 후다닥 뛰어가서 꼭꼭숨어버리는 아이들 모습 떠올리며 빙그레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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