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녁, 집사람이 마트에 다녀오자고 했다.
저녁먹고나면 귀찮아서 꿈쩍도 하기 싫을테니 아주 저녁먹기전에 다녀오자고 했다.
자전거를 끌고 집사람을 따라나섰다.
우리내외는 다혈질이라 눈만 마주치면 쌈하지만 길나서면 아주 다정하다.
집사람과 어깨를 나란히 두런두런 얘기나누며 걷는것을 나는 아주 좋아한다.
집사람은 안동병원이나 포항, 처질녀집에 다니러 갔다 돌아올 땐 반드시 열차를 이용한다. 버스를 타면 멀미를 하기 때문이다.
근무날이 아닌 비번날이면 열차시간을 맞춰 집사람 마중길을 나선다.
마중길은 마중물과 같다.
마중물! 옛날 상수도보급이 일반화되지 않았을때 집집마다 펌프물을 식수와 빨래 같은 생활용수로 이용했다. 펌프는 통속에 고여있는 물이, "꾸르륵!" 하며 아래로 내려갈때가 있다. 이때, 내려간 물을 자아올리기 위해 붓는물을 마중물이라 한다.
마중물을 붓고 펌프의 손잡이를 잦게 움직이면 물이 올라오곤 했다.
마중과 마중길, 마중물!
그 얼마나 설렘과 기다림이 녹아든 말인가.
그 옛날, 당신과 나는 펌프에 물이 내려가면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 마중물을 붓곤했다.
그대와 나는 오늘도 사랑하는 가족과 이웃을 그리며 이제는 없어졌지만 우리들 가슴속엔 남아 있는 펌프에 마중물을 붓는다. 길나섰다가 돌아오는 가족을 만나려고 마중길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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